
광주광역시는 2021년 생태정원 조성 계획으로 사들인 무등산 자락에 있는 옛 신양파크 호텔을 국립현대미술관 건립용지로 낙점했다. 고귀한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호남권 분원’ 유치가 전북도와 광주광역시간 2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16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호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립현대미술관의 분원이 없는 불모지다. 그간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분원 유치 요구가 이어져왔지만, 설립과 운영 방식이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돼 있어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7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대미술관 분원의 호남권 유치에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안에는 ‘지방 박물관이나 지방 미술관이 권역별로 균형 있게 설립돼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지역 간 문화격차해소를 위해 정치권의 정책 목표가 변화한 결과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은 과천관과 덕수궁관, 서울관 등 수도권에 3곳이 있다. 중부권에는 청주관이 있고, 오는 2025년 개관을 목표로 대전관이 추진 중이다.
영남권은 진주관이 설립 추진 중에 있다. 경남 창원도 이미 4년 전에 창원관 설립 용역비 5억원을 확보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구는 대구교도소 부지에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기대선에서도 각 정당 공약사항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호남에선 광주광역시가 2008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분원 유치를 시도해왔다. 법개정이 되면서 전북도 유치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보여 예측불허 유치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광주시는 2018년에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가까운 중앙초등학교에 분원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학교와 동문 등의 반대로 철회했다. 2021년에 생태정원 조성 계획으로 사들인 무등산 자락의 옛 신양파크 호텔을 분원 건립용지로 낙점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신양파크 호텔 터에 총사업비 700억원(국비)을 들여 전체면적 2만2000여㎡, 높이 6~7층 규모 규모의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을 건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북은 광주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전북도의회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김이재 전북도의회 의원(전주4)은 최근 열린 임시회 5분 발언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전주 분원 유치에 전북도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스페인 바스크주 정부가 인구 34만 소도시에 불과한 빌바오시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게 되면서 연간 방문객 100만명 이상, 관련 경제효과는 한 해 평균 약 1000억원에 이르는 성과를 창출했다”며 “국립현대미술관 전주 분원 유치 위원회를 조직하고 건립 타당성 용역예산을 제1차 정부 추경에 반드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북도에 요구했다.
- 사회 많이 본 기사
지난달 24일에는 염영선 전북도의회 의원(정읍 2)이 ‘국립현대미술관 호남권 분관 전북 설치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염 의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화향유 격차가 날로 커져 지방소멸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됐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도의회는 조기 대선 국면을 감안해 각 당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도 전북 유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경영 전북도 문화산업과장은 “국립현대미술관 분원 유치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유치업무에 주력할 전담 태스크포스(TF)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