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미디어부문장 김채희 전무가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KT의 미디어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IPTV 플랫폼 지니TV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비서)를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탑재한다. 2026년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미디어 사업을 KT의 3대 포트폴리오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KT는 16일 서울 강남구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반에 AI를 도입하는 ‘KT 미디어 뉴 웨이(New Way)’ 전략을 소개했다. 유료방송 시장 성장이 정체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AI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려는 것이다.
AI 플랫폼, AI 콘텐츠, 사업 모델 혁신 세 가지 축이 핵심이다. AI 플랫폼 측면에서는 MS와 협력한 미디어 AI 에이전트를 통해 직관적인 콘텐츠 탐색과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예컨대 “ENA 채널에서 방영한 군대 배경의 유쾌한 드라마가 뭐였지?”라고 물으면 AI 에이전트가 지니 TV 오리지널 ‘신병’을 찾아 바로 시청 가능한 VOD로 연결해 주는 식이다.
홈쇼핑 사업자를 위한 솔루션에도 AI 에이전트를 적용해 파트너사의 빅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 도출을 지원한다. KT HCN을 시작으로 그룹사에도 지니 TV와 같은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AI 콘텐츠 측면에서도 AI 기술을 도입해 제작 효율성과 품질을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 KT 미디어 부문과 KT스튜디오지니, KT ENA 등 그룹 역량을 결집해 미디어 콘텐츠 AX(AI 전환) 전문 조직인 ‘AI 스튜디오 랩’을 신설했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FAST), 숏폼 등 새로운 사업 모델도 적극 도입한다. 상반기 중 FAST 서비스를 지니 TV를 통해 시범 운영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콘텐츠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숏폼 제작에도 AI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며, 이미 국내외 주요 플랫폼과 약 20편의 공동제작을 협의 중이라고 KT는 설명했다.
KT는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대해선 티빙의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KT 미디어부문장 김채희 전무는 “KT 입장에서 티빙에 대한 투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미디어 사업 전반에 걸쳐 강력한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전략적 투자자로서 맺은 제휴”라며 “당시 사업적 협력에 대한 의지나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웨이브는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독점력이 떨어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의 방향성이 티빙의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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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의 1대주주인 SK스퀘어와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은 웨이브에 총 250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단행하며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체 간 합병이 성사되면 현재 압도적 1위인 넷플릭스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티빙 지분 약 13%를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는 그간 합병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전무는 “CJ와 공식적으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KT 미디어 사업 자체의 방향성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