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6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민원실 출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경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처음으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대통령경호처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영장 집행이 무산됐다.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실 및 경호처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까지 여섯 차례인데 모두 큰 성과가 없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관계자는 16일 오후 8시 40분쯤 대통령실을 나서면서 “비화폰 서버를 포함해서 임의제출 방식과 절차에 대해 경호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며 “압수 분량이 많아 제출 방식은 물론 시기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단은 군사상·공무상 비밀에 대한 압수수색은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형사소송법 110·111조 규정에 따라 경호처가 영장 집행 불승낙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압수수색 대신 경호처가 임의제출 방식으로 비화폰 서버를 포함한 자료를 최대한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 13분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과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의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과 관련해 대통령실 및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 등 경호처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1월 특수단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원에서 발부받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경호처를 동원해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특수단은 경호처 저지로 영장 집행을 위해 대통령실과 공관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다 압수수색 불승낙 사유서를 제출받았고, 임의제출 방식과 기간을 협의한 뒤 철수했다. 진입부터 철수까지 10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날 특수단의 압수수색 대상은 비화폰 서버, 대통령실 경호처 사무실, 경호처장 공관 등이었다.
경호처는 “특수단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임의 제출 방식으로 자료를 제출하기로 합의 했다”며 “다만 요청한 자료가 방대하여 구체적인 제출 방식과 비화폰 등 일부 자료에 대해서는 양 기관이 추가 협의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경호처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수단은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이날까지 여섯 차례 대통령 집무실, 경호처 사무실, 종로구 삼청동 안가 등의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경호처의 저지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이전에도 김 차장 등 경호처 지휘부는 압수수색에 협조하는 대신 불승낙 사유서를 특수단에 제출했다.
경호처가 특수단이 요청한 자료를 임의제출하기로 했지만, 정작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2월에도 경호처는 압수수색 대신 이뤄진 임의제출에서 경찰이 필요한 자료는 넘기지 않았다. 지난 15일 김 차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경호처의 저항이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빗나갔다.

16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압수수색에 나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공관촌. 이곳에는 경호처장 공관과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관저가 있다. 문재원 기자
특수단은 이날 이상민 전 행전안전부 장관의 내란 관련 혐의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 폐쇄회로(CC) TV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사를 ‘단전·단수’ 조치하라고 소방청장 등에 연락해 수사를 받고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의 내란 혐의와 관련해 대통령 안전가옥(안가) CCTV와 비화폰 서버 확인을 위해 최근 압수수색영장을 3차례 신청했으나 모두 검찰에서 불청구했다”고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장관이 안가에 출입했다고 단정할 정황이 없고 비화폰으로 윤 전 대통령 등과 통화했다고 볼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수단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불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