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결식 아동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는 울산 중구의 돈까스 식당을 찾아 사장과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상호관세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대선 불출마 선언’은 않은 채 ‘1000원 백반집’에 손편지를 전달하는 등 정치인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한 권한대행 손에 관세협상을 맡겨둘 경우, 자칫 ‘치적 쌓기’에 동원돼 졸속 합의가 이뤄질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가 감시와 견제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주 나란히 방미길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다음주 워싱턴을 방문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안 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사령탑과 통상 수장의 ‘동시 방미’는 한 권한대행이 선언한 “본격적 한·미 협상” 차원으로 보인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미) 양국 간 협상을 위해 산업부 장관을 중심으로 협상단을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에 방미를 추진해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을 지목해 ‘빠른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수요일에는 일본, 다음주에는 한국과 협상이 있다”며 일정을 제시했다.
전날인 15일에는 한 권한대행이 14일 예고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관련 한·미 간 화상통화도 이뤄졌다. 한국가스공사와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AGDC) 실무자가 화상회의를 연 것이다. 그러나 협상카드로 활용할 의도를 숨기지 않는 한 권한대행 등과 달리 실무진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 관련 화상회의는 산업부 관계자의 참여 없이 양사 실무진만 간단히 진행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사업의 경제성 검토를 위해 그동안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 측에) 필요한 정보,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해왔다”면서 “이번 화상회의도 그런 대화의 일환이고, 아직 이 사업이 어떤 사업인지 알아가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협상단 구성과 관련해서도 고위급과 실무진 간 온도차가 있다. 한 권한대행이 “협상단을 구성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의제를 논의할지를 잘 챙겨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면서 “‘여기(담당자)서부터 여기까지가 협상단이다’ 하는 식으로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이처럼 실무진보다 ‘앞서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호관세 협상이 대선 출마를 고민하는 한 권한대행의 ‘치적 쌓기’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방위비와 알래스카 LNG 개발 등 중요한 사안을 두고 ‘임시 정부’가 함부로 결정하면 안된다. 한 권한대행이 대선을 생각하고 있다면 협상에서 손을 떼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면서 “사익과 국익을 맞바꾸려 한다면 국민 여론으로 막아야 하고, 국회가 적어도 ‘어떤 행위는 해선 안된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차원에서 한 권한대행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주요 통상 의제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국회가 한 권한대행을 불러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를 보고케 하고, 국회 차원에서 통상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면서 “좋은 협상력을 보여준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의 경우 기자브리핑을 매일 했고, 큰 결정이 있을 때는 집회 형식의 기자회견을 가져 공론화를 했다. 우리도 국민과의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