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8회 칸국제영화제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 연합뉴스
다음달 13일부터 열리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비공식 부문에 한국 영화가 한 작품도 초청받지 못했다. 비공식 부문까지 통틀어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에 아예 초청되지 못한 건 1999년 이후 26년 만의 일이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78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비평가주간 등 비공식 부문 초청작 명단에 한국 영화는 없었다. 앞서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경쟁 부문·비경쟁 부문·주목할 만한 시선 등 공식 부문 초청 명단에서도 한국 영화는 ‘0편’이었다.
프랑스 감독협회가 주관하는 감독주간은 차별화된 영화를 소개하는데,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2005),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연상호 감독 <돼지의 왕>(2012) 등이 상영됐다.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는 2023년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프랑스비평가협회가 주관하는 비평가주간은 신인 감독 발굴에 중점을 두는데,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2015),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2022), 유재선 감독의 <잠>(2023) 등이 소개됐다.
칸영화제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주목할 만한 시선)를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 작품을 초청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박찬욱 감독은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심사위원상(<박쥐>), 감독상(<헤어질 결심>) 등 3개 상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은 <시>로 각본상,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 출연한 송강호는 남우주연상,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나온 전도연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러다보니 ‘칸영화제 초청작 제로’라는 현 상황이 한국 영화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한 극장 관객 불황 등이 상업성에 매몰된 ‘안전한 영화’만을 제작하는 경향을 낳았고, 한국영화 생태계의 다양성과 생동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러다보니 칸 영화제가 중시하는 ‘예술성’과 ‘사회성’을 충족시키는 한국 영화가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OTT 오리지널 영화·드라마는 막대한 투자로 제작비 평균 단가를 높이면서, ‘극장 개봉 영화’와 관객의 시간을 두고 파이싸움을 벌이는 경쟁자가 됐다. 이런 상황 역시 영화 콘텐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저해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상업영화는 스타 시스템에 의존해 ‘장사가 잘 되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독립영화에서도 새 흐름을 제시하기보다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번 칸 초청작 불발은) 새로운 도전이 없는 영화계의 침체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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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얼굴’이 수년째 보이지 않는 한국 영화계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후반 작업 단계에 있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이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됐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섞인 반응들은, 영화계의 감독 기근을 역으로 보여준다.
이지행 영화연구자(동아대 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는 주요 감독이 작품을 출품하지 않는 해에 한국 영화가 초청작에도 오르지 못한다는 건, 영화계가 창의적 자원을 제대로 지원하거나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