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시민 기억식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세월호 기억공간’에 다시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11년이 지났지만 아직 잊지 않았다”며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4·16연대는 이날 오후 4시16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시민 기억식’을 열었다. 4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시민들은 노란 프리지아, 안개꽃 다발 등을 가져와 헌화했다.
한 시민은 “살아있었다면 20대였을 희생자들이 커피를 달고 살았을 것”이라며 차가운 커피를 한 잔 사서 헌화한 꽃 옆에 두었다. 노란 스웨터를 차려입고 노란 가방을 멘 시민이 기억공간 내부 벽에 붙여진 희생자들의 사진을 한동안 쳐다보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희생자들을 향해 한 줄 편지를 남기는 공간에는 “아직도 매해 아픈데 세상은 너무나 그대로네요. 그래도 또 오겠습니다” “안산생명안전공원이 무사히 잘 만들어져서 흩어져 있는 우리 아이들이 함께 모이게 됐으면 좋겠다” 등의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 시민들이 헌화한 국화꽃 등이 쌓여있다. 백민정 기자
시민들은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참사를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참석했다고 입을 모았다. 참사 이후 노란 리본을 꾸준히 소지품에 달아 참사를 기억해왔다는 이모씨(48)는 “가족들도 가끔 이제는 리본을 떼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또래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항상 마음이 아팠다”며 “세월호 이후에도 이태원참사 등 참사가 잇따라 발생해서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모씨(49)는 “11년이 지났지만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일부러 점심시간을 쪼개 찾았다”며 “유족들에게 여전히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세월호 세대’도 추모를 위해 기억공간을 찾았다. 박지인씨(27)는 “당시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점들이 많고, 유족들도 여전히 여기에 있으니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만 같다”고 말했다.
탄핵 촉구 집회에 나오며 세월호 참사를 더 가깝게 느끼게 됐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희승씨(43)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나가면서 연대를 느꼈고, 세월호 참사 등 재난도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그래서 지난해보다 올해 세월호가 저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4시16분 304명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기억식은 시작됐다. 곽재인 기억공간지킴이 활동가는 추모 발언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유가 단지 추모에 그치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서로의 약속이 되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기억이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끝에 세월호 참사를 다룬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가 울려 퍼지자 참여한 시민들이 따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한 남성은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부분을 힘주어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