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지호 경찰청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를 받고 경찰 등 현장 인력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국군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이 “체포 명단을 받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협조 요청을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체포 대상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6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은 계엄 당시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으로부터 “14명을 체포하면 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 단장이 “경찰 100명과 국방부 조사본부 100명 인원들(이 오기로) 다 얘기가 돼있으니 이 인원들과 통화해서 어떻게 올지 확인해보라”며 “경찰에는 호송차량을 협조 요청하고, 조사본부에는 구금시설 여부를 확인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한 시점에는 “이재명·우원식(국회의장)·한동훈을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구 과장은 이 같은 지시를 이현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계장에게 공유했다고 밝혔다. 구 과장은 호송차량 협조 요청과 함께 체포조를 어떻게 편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 했다. 이 전 계장이 체포 대상이 누군지 묻자 자신이 “‘이재명, 한동훈’이라고 답한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말했다.
구 과장은 체포 지시를 받고 위법성을 우려했다고도 했다. 그는 “‘어떤 중대 사건에 연루된 인원들이라서 계엄이 선포됐구나’ 생각했는데, 포고령을 보고선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고령 내용이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범죄 혐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인원들을 체포하라고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 과장은 포고령 발표 뒤 ‘이상하다’ ‘영장 없이 불가’ 등의 메모를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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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측은 ‘체포조 운영’이 실제로 가능했는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윤 전 조정관 측 변호인은 구 과장에게 “(수사 인원) 100명 명단이 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체포 임무를 바로 부여할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구 과장은 “(변호인 입장은) 그렇게 중요한 사안을 어떻게 그렇게 무계획적으로 했냐는 건데, 당일에는 일단 빨리 100명씩 모으고 조를 편성해서 어디있는지 모르는 체포 대상자들을 체포하라는게 저희 임무였다”고 답했다.
검찰은 방첩사의 체포조 지원 요청이 이 전 계장과 윤 전 조정관을 거쳐 조 청장에게 보고됐고, 조 청장이 이를 최종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 운영’은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재판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조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6차례에 걸쳐 국회 봉쇄와 체포를 독촉하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