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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그리고 기후여행자

3월22일 의성군에서 피어오른 불씨가 산자락을 타고 바닷가 영덕군까지 번져 경북 북동부 지역에 크나큰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27m인 강풍을 타고 시간당 8.2㎞ 속도로 이동한 불길이 928㎞에 달하는 화선을 만들었다. 소실 면적은 4만5157㏊. 이 숫자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헤아릴 필요도 없이 ‘최악’ ‘최대’라는 수식과 함께 보도된 산불 현장은 우리의 마음까지 태웠다.

진화가 완료됐다는 소식 이후 보름여가 지났다. 그사이에도 여러 지역에서 산불이 일었다 잡히기를 반복했는데, 큰 불길이 잡힌 후로는 산불 관련 뉴스도 빠르게 걷히고 새로운 이슈들이 일상을 에두른다. 하지만 산불 피해 복구는 요원하게만 보이고, 산불은 언제 어디에서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산림 안전보다 개발에 치중한 정책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정부와 각 지자체,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산불 피해 복구와 함께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도 의견을 보태고 있다. 낙엽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니 차제에 산림을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수종보다는 산림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불 예방 조치와 비상 대응 체계 역시 다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비판과 논의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실행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은 없을까?

산불도 기후재난에 해당한다. 물론 폭염·폭우·태풍 등 자연재해와 달리 산불의 대부분은 인간의 실화로 발생한다. 기후위기가 직접적으로 산불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인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만든 지구온난화라는 기후변화, 그로 인한 기후위기는 산불의 대형화·장기화·연중화라는 반갑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안동시에서 ‘안동 산불 피해의 일상 회복을 위한 착한 관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에 눈이 갔다. 안동뿐만 아니라 의성·청송·영덕·하동·산청 등 근래 산불 피해를 입은 다수의 지자체에서 ‘여행 기부’를 캐치프레이즈로 관광 활성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는 그 속에서 내 역할을 찾는다.

재해가 난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 한편 여행은 그 자체로 탄소 배출을 증폭시키는 일이다. 그렇지만 여행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던가. 팬데믹 이후 폭증한 여행 수요는 무엇을 말하나.

기후위기와 오버투어리즘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제안하는 임영신 작가의 최근작 <기후여행자>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독립영화 <수라>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끊임없이 사람들과 함께 갯벌로 나가는 여정을 지속한 이유, 사람들이 세월호 학생들이 머물렀던 안산과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가는 이유도 그곳에 몸으로 다다르지 않으면 공유할 수 없는 기억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계를 넘어 마주한 사람과 장소, 그곳에 깃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고립되었던 기억은 여행자를 통해 사회적 기억으로 공유되기 시작한다. 그 여정을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사회적 장소감에 다다르게 된다.”

산불 피해 지역의 여행 기부 캠페인은 지역경제 회복뿐만이 아니라 기후행동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발자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회적 장소감과 기억의 책임을 나누어 가진 여행자들은 무너지고 스러져가는 풍경의 신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기후행동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임영신 작가의 말을 더 빌리지 않더라도, 피해 지역의 풍경과 지역민들의 표정 속에서 느끼는 감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 성금과 자원봉사만큼이나 여행 기부가 큰 힘이 된다고 독려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친구에게 ‘안동에 가지 않을래? 영덕이나 하동도 좋고’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뜻을 간파한 친구의 답이 경쾌하다. 기부여행도 좋고, 기후여행도 좋다. 이름이 무엇이든 지구를 생각하고 지역을 돌보는 연결과 연대의 여정일 것이니.

서진영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저자

서진영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저자

<서진영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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