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스웨덴 갱단과 ‘한판’
비레하그 목사의 ‘축구 작전’

스웨덴 스톡홀름의 ‘나이트 풋볼’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로베르트 비레하그 목사(가운데)와 청소년들. CNN
축구공 하나가 스웨덴 갱 범죄 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범죄와 폭력으로 얼룩진 스웨덴 소외지역 청소년들이 매주 토요일 밤 축구장으로 모이고 있다. 수도 스톡홀름에서 70㎞ 떨어진 웁살라 고트순다에서 펼쳐지는 ‘나이트 풋볼’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CNN이 16일 전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로베르트 비레하그 목사는 유소년 축구 선수 출신이다. 그는 “밤마다 거리를 배회하며 갱단에 흡수될 위험이 있는 12~17세 청소년들에게 축구는 탈출구이자 구원의 기회”라고 밝혔다. 축구를 통해 지역 젊은이들을 갱단의 유혹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비레하그 목사의 목표다.
스웨덴은 최근 10년간 총기 및 폭탄 테러 범죄가 급증해 심각한 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다. 범죄조직들이 15세 이하 어린이까지 동원해 폭력을 저지르게 하는 등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하 청소년이 살인사건에 관련된 사례는 최근 1년 새 3배 증가했다.
범죄·폭력으로 얼룩진 도시에서
매주 토요일 밤 ‘나이트 풋볼’ 운동
갱단의 유혹에서 멀어지도록 유도
U-21 국가대표 페르손도 힘 보태
청소년들이 갱단에 빠지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소외감 때문이다.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15세 미만 아이들을 갱단이 범죄에 쉽게 이용하는 현실도 있다. 갱단 리더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이들에게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
비레하그 목사가 운영하는 나이트 풋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다. 그는 경찰과의 협력도 이끌어내며 “청소년들과 경찰 간의 신뢰 관계를 천천히 형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축구장을 방문한 경찰과 청소년들이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역 경찰 카리나 노이만 경관은 “여전히 총격과 폭력이 발생하지만, 이런 프로그램 덕분에 변화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18세 아브디는 “축구가 없었다면 나 역시 범죄에 빠졌을 것”이라며 “갱단은 가짜 우정으로 사람을 끌어들이지만 결국 이용당하고 버림받는다. 축구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다. 아브디는 프로축구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시리아 U-20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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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U-21 국가대표 유망주 요아킴 페르손도 프로젝트에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다. 페르손은 “나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웁살라 다른 지역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되고 있다. 비레하그 목사는 “청소년들을 위협하는 갱단을 피하기 위해 불과 400m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했지만, 그 작은 거리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비레하그 목사는 “모든 아이를 구할 순 없지만, 단 한 명이라도 갱단의 위험에서 구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