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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목 타는 멕시코…“물 더 내놔라” 트럼프 압박에 속 탄다

미, 81년 전 ‘강물 유량 조절 협약’ 빌미로 무역 협상 압박

멕시코, 가뭄 탓 추가 배수 불가능…“공급량 유연화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1년 전 미국과 멕시코가 공유 하천 사용을 두고 체결한 ‘물 조약’을 무역 협상의 압박 카드로 꺼내 들면서, 가뭄 탓에 조약을 이행하지 못했던 멕시코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과 재협상을 시도하는 한편 미국으로 보낼 수량을 늘리기 위해 주 정부와 논의를 시작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조약) 의무를 지킬 방안을 타마울리파스, 코아우일라, 치와와 등 주지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코아우일라주 아쿠냐 지역에 있는 라아미스타드댐의 물 방류량을 6배 늘렸다는 기존 보도 내용은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멕시코는 텍사스 농부들 물을 훔쳐왔다”며 “멕시코가 텍사스에 약속한 양의 물을 보낼 때까지 관세 부과와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약속한 만큼의 강물을 보내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수년간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측에 양해를 구했다.

양국은 1944년 강물 유량 조절 협약인 ‘콜로라도·티후아나강과 리오그란데 수역 이용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르면 멕시코는 연간 북동부 리오그란데강 유량의 3분의 1 정도인 4억3000만㎥가량의 물을 미국으로, 미국은 남서부 콜로라도강 물 약 19억㎥를 멕시코로 흘려보내야 한다. 수량은 5년마다 양국이 조정할 수 있고, 협약은 오는 10월 갱신된다. 유량 자체가 줄어들면 방류 시한을 미룰 수 있다는 예외 조항도 있다.

리오그란데강은 양국의 광범위한 지역을 지난다. 강물은 미국 남부 텍사스주와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 치와와, 코아우일라, 타마울리파스 등의 농업·공업·생활 용수로 쓰인다. 양국 갈등은 멕시코가 1997년부터 ‘강물 빚’을 지면서 시작됐다. 리오그란데강이 지나가는 지역에 인구와 공업시설이 급증하면서 물 소비량이 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기후위기 영향으로 강 인접 지역이 건조해지고 있다.

지난해 텍사스에선 가뭄으로 사탕수수 작황이 악화하며 마지막 남은 설탕공장이 문을 닫았다. 멕시코에선 2020년 가뭄으로 피해를 본 치와와주 농부들이 미국으로 흘러가는 물을 막기 위해 라보키야댐을 점거하는 일이 있었고, 2022년 누에보레온주 산업도시 몬테레이에서 수개월간 수도 공급이 간헐적으로 끊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약이 갱신된 2020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멕시코가 약속한 양보다 130만에이커피트(약 16억350만㎥) 부족하게 물을 흘려보냈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는 2020년대에 81년 전 정한 강물 방류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주 강물 유량 상황에 따라 할당 공급량을 유연하게 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북부 주와는 방출량 증가를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미국에 강물을 추가로 내어줄지를 두고 셰인바움 대통령은 난처해졌다. 방출량을 늘렸다간 북부 주민들의 원성을 살 것이고, 방출량을 그대로 두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협상에서 불리해진다. 치와와와 타마울리파스주의 관료들은 물을 추가로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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