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협상 요구에 “탄압 중단 먼저”…브라질과 수출 확대 논의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는 미국 백악관의 논평에 중국 외교부가 “극한의 탄압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트남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우군을 만들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백악관 논평에 대해 “중국은 싸움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극한의 탄압과 공갈·위협을 중단하고 중국과 평등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미국의 협상 압력에 굴하지 않고 관세전쟁을 장기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시 주석은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왕궁에서 이브라힘 알마훔 이스칸다르 말레이시아 국왕이 연 환영식에 참석해 “말레이시아는 좋은 이웃이자 친구, 파트너”라며 “양국이 발전 전략의 시너지 효과를 심화하고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자”고 했다. 오후에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했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아세안 순회 의장국이다. 안와르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아세안 정상들과 통화하며 “관세 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캄보디아의 상호관세율이 49%로 가장 높고 싱가포르는 가장 낮은 10%, 말레이시아는 24%다.
시 주석은 전날 더스타 등 말레이시아 3개 매체에 보낸 기고문에서 “중국은 아세안과 함께 지정학적 대립, 진영 갈등, 일방주의 및 보호주의에 맞서 평화와 발전이라는 시대 흐름을 따르겠다”며 “중국·아세안의 운명공동체를 함께 건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전날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에서도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맞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행보는 중국이 아세안에서 미국을 대신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쿠 잉 후이 말라야대 교수는 AFP통신에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동남아와 연대하려는 계산된 행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브라질의 농업 담당 관료들이 17~18일 브라질리아에서 브라질의 농산물 수출 확대와 ‘미국 관세로 인해 생긴 격차 해소’를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브라질의 대중 수출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