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5.4점…2022년보다 0.8점 ↓
고정관념 지표는 전년 대비 16.4점 ‘폭락’
의사결정·돌봄 영역 지수 30점대 머물러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2월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더이상 성평등 후퇴는 없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양성평등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국가성평등지수가 2023년 조사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전년보다 하락했다. 의사결정 영역의 성별 격차가 여전했고, 가족 내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강화됐다.
여성가족부는 17일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가 65.4점으로 전년 66.2점 대비 0.8점 떨어졌다고 밝혔다. 국가성평등지수는 고용·소득·교육·건강·돌봄·양성평등의식 등 7개 영역에서 남녀의 격차를 측정해 수치화한 값이다. 완전히 평등한 상태는 100점, 불평등한 상태는 0점이다.
국가성평등지수는 2010년 측정을 시작한 이후 매년 소폭 상승해왔으나 올해 처음으로 하락했다. 2010년 66.1점이었던 점수는 2021년 75.4점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여가부는 8개 영역, 25개 지표로 국가성평등지수를 측정해오다가 2022년 지수 때부터 7개 영역, 23개 지표로 개편했다. 2022년 66.2점은 지표를 개편한 직후라 전년 지수와 비교가 어려웠는데 이번 조사에서 65.4점을 기록하며 하락했다.
세부 영역별로 의사결정·고용·소득·교육 등 영역에선 점수가 상승했으나 양성평등의식과 돌봄 영역에서 하락했다. 교육(95.6점), 건강(94.2점) 영역의 성평등 수준은 높은 편인 반면, 의사결정(32.5점), 돌봄(32.9점)은 30점대에 그쳐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결정 영역은 가장 낮은 점수(32.5점)를 기록했다. 국회의원, 장관 등 공공 영역뿐 아니라 민간 영역의 관리자급에서도 성별 격차가 두드러졌다.
양성평등의식 점수가 1년만에 6.8점 떨어진 73.2점으로 7개 영역중 가장 크게 나빠졌다. 세부 지표 중 3년 주기로 측정되는 가족 내 성별역할 고정관념 점수가 60.1점에서 16.4점 하락한 43.7점을 기록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돌봄 기관 미운영이나 원격 수업 등으로 가족 내 가사 돌봄이 늘어난 점과 육아휴직 등 육아 지원 제도를 여성들이 주로 많이 사용한다는 점 등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지역성평등지수에선 지역 격차가 드러났다. 서울·대전·세종·충남·제주는 지역성평등지수 71.57점 이상을 기록해 상위 지역으로 분류된 반면 경북·부산·울산·전남은 67점 전후를 기록해 하위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지난달 제18차 양성평등위원회를 개최하고 ‘제4차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은 5년 마다 수립하는 내용으로, 이번에 정책 대상이 기존 경력단절 여성에서 청년·중장년·고령 여성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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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제활동 지원과 일과 생활 균형 도모 등 2개 목표를 설정했다. 첨단산업 분야 청년·여성인재 활용 실태조사를 실시해 경제활동을 독려하고, 새일센터에서 경력단절 예방서비스와 생애·경력주기별 상담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여성이 전생애주기적으로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기 때문에 모든 여성으로 정책 대상을 확대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모든 여성을 돕지 않는 이상 기존에 경력단절 여성이 집중적으로 받던 지원마저 분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