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촬영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 모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 갈무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본토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1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의 전쟁에 북한군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북한군을 보내고선 “러시아 헌법상 이곳은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북한군은 쿠르스크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군복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쟁 첫해인 2022년 9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서 러시아 귀속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 이들 지역을 러시아에 합병시켰는데 이 지역에 북한군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면서 이 지역들에선 지금까지도 치열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작년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뒤 1만명이 넘는 정예 병력을 러시아로 파병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러시아 쿠르스크주 일대에서만 작전을 수행하며 이곳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고 승기를 잡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는 작전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북한 파병군들의 역할이 모호해져 우크라이나 본토 투입설이 제기돼 왔다.
영국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본토에 북한군이 파병된다면, 북한군이 유럽 주권 국가를 침략하는 데 직접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평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 대학의 북한 전문가 에드워드 호웰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쿠르스크 이외 지역에 자국군을 투입하는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으며, 이는 김 위원장이 이런 극단적 형태의 인력제공 대가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 미사일과 군사 관련 첨단 기술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막대한 양의 포탄과 탄도 미사일도 제공 중이다. 로이터 통신과 영국 소재 안보연구기관 오픈소스센터(OSC)는 북한이 2023년 9월 이후 최근까지 러시아에 컨테이너 1만6000개 분량의 탄약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은 현재 러시아군이 발사하는 포탄 2발 중 한 발이 북한제라고 밝혔다.
코발렌코 센터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도 적극 수입하고 있다. 대부분 18∼25세의 젊은 남녀이고 1인당 1000달러(약 142만원)씩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전쟁 직후 소련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끌어들였던 것과 비슷하다”면서 “일반적으로 북한인 자신과 친척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주는 돈의 일부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