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2년 9월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취업을 청탁하려고 민간 기업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부(재판장 임혜원)은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노 전 비서실장과 김 전 장관,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권모씨와 전 국토부 운영지원과장 전모씨 등 4명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은 본격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다.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노 전 실장 등 4명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피고인 4명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인사 추천 행위로 업무 방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어떤 업무에 방해됐다는 건지도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일부 피고인들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위법 수집 증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이 전 부총장의 문자메시지와 통화 녹음파일 등의 수집 경위를 문제 삼으며 “검찰이 제출한 부분만으로는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우니 전체 파일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16일 준비기일을 한 번 더 열어 공소사실과 검찰 측 증거에 대한 피고인들의 의견을 다시 듣고 위법 수집 증거 주장 등 쟁점에 대한 양측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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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실장 등 피고인 4명은 국토부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민간 기업 한국복합물류에 위력을 행사해 2020년 8월쯤 이 전 부총장을 취업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노 전 실장을 만났고, 곧바로 노 전 실장에게 ‘실장님 찬스뿐’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부총장은 약 1년간 고문으로 재직하며 별다른 업무를 하지 않고 1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은 국토부 운영지원과장이었던 전씨와 공모해 2018년 7월 또 다른 정치권 인사를 한국복합물류 상근고문으로 취업시키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2022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단초가 됐던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3만여개 등 녹취록을 살피는 과정에서 노 전 실장이 한국복합물류에 취업을 청탁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