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2월27일(현지시간) 이란 부셰르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모습. AP연합뉴스
이란과 핵협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을 만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아는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최근 이란의 핵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 작전을 세웠고, 미국과 함께 작전 수행을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이란 핵시설 폭격을 준비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핵시설 폭격 작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해 4월부터 서로의 영토에 공습을 주고받기를 반복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자국군 특공대를 이란의 지하 핵시설로 보내 내부에 폭탄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이스라엘군은 작전 수행까지 수달 간의 훈련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 빨리 작전을 수행하고 싶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군의 지원을 받아 핵시설에 대규모 폭격을 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고 이스라엘 관리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기 위해선 미국의 군사적 도움이 절실하다. 이란의 산속 곳곳에 숨겨진 핵시설을 폭파하기 위해선 미국이 보유한 3만파운드(약 1만3000㎏)급 벙커버스터 폭탄이 필요하다. 작전 수행 후 이란의 보복 공격을 막기 위한 미국의 방공망 지원도 필수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오는 5월 초에 시작해 일주일 넘게 폭격을 이어가는 안을 두고 작전 계획을 논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 사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선 미국이 이 작전에 동참할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논의 막판에는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무기를 늘리면 이란과의 갈등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지 와일스 미 백악관 비서실장,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등도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이란과의 핵협상에도 나선 트럼프 내각은 핵시설 파괴 작전을 말리기로 했다. 마이클 쿠릴라 미국 중부사령관은 이달 초 이스라엘을 찾아 이스라엘 측에 “백악관이 핵시설 공격 계획을 보류하길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7일 워싱턴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과 핵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스라엘이 오는 5월 핵시설을 공격하면 미국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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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란은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만을 남겨둔 상태다. 2018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이후 우라늄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고, 4개 이상의 농축우라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제안을 거부했다가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자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밴스 부통령은 핵협상에 실패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지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