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이 경구는 ‘시민의 알권리’와 ‘권력 감시’를 위한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임을 일깨운다. 그래서 권력자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민주주의를 대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퇴행도 언론 자유 위축으로 드러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입틀막’이 민주주의 억압의 총체였고, 그 결과가 12·3 내란이었다.
윤석열은 비판 언론과 취재를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바이든-날리면’ 발언 논란 후 이를 처음 보도한 MBC를 대통령 전용기에 못 타게 했다. “MBC는 잘 들어”라며, 황상무 전 대통령실 수석은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고, CBS 기자는 윤석열의 주말 골프 현장을 취재하다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입건됐다. 비상계엄 땐 경향신문·한겨레·MBC·JTBC의 단전·단수 지시도 소방청에 내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앞세운 공영방송 사장 교체와 징계도 줄을 이었다.
포장만 그럴듯했던 출근길 도어스테핑은 툭툭 불성실한 답을 내놓다 부처 간 엇박자를 노출시켰고 결국 6개월 만에 중단했다. 신년기자회견은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쓴소리에는 귀를 막았지만 유튜브의 사탕발림엔 마음을 열었다. 그러다 부정선거론에 심취하고 ‘반국가세력 척결’에 골몰하다 일으킨 내란에 무너졌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국민의힘 고위층의 입틀막도 가관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6일 정책 비전 발표 뒤 뉴스타파 기자의 질문에 자리를 뜨며 “됐어, 내 저(언론사에)는 답 안 해”라고 했다. 뉴스타파는 홍 전 시장의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집중 보도해왔다. 그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질문을 위해 따라붙은 뉴스타파 기자의 손목을 잡아 20~30m 끌고 갔다. “언론이 아니라 지라시” “출입 통제해”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기자는 시민들을 대신해 묻고 또 묻는 직업인 줄 모르는 것인가. 비판 언론을 옥죄고 입틀막하다 윤석열은 몰락했다. 불통과 독선의 시작은 언론을 적대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국민의힘은 뉴스타파와 전 언론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취재를 요청하는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기자의 손목을 잡아끌고 있다. 뉴스타파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