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가운데)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의 6·3 조기 대선 후보 경선은 이 당이 정권 창출을 목표로 하는 대의민주주의 정당이 맞는지 의심케 한다. 비상계엄 망동으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청산하기는커녕 다수 후보들이 ‘윤심’에 목매더니, 당 국회의원 절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업둥이’로 들이자며 자당 후보들을 망신줬다. 그 통에 중도 확장력을 주목받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대열에서 이탈했다. 국민의힘이 17일 대선준비위원회를 꾸리면서 다짐한 “만전지계(萬全之計·안전하고 완전한 계책)”가 당 주자들을 쭉정이로 만드는 것이었는지 실소가 나온다.
‘중도·보수 빅텐트’든, ‘보수 단일화’든 국민의힘의 대선공학은 이미 바람 빠진 고무공 신세나 다름없다. 빅텐트 대상으로 거론한 유 전 의원이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은 모두 일찌감치 ‘내란 옹호 정당’과 손잡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선 그었다. 내란 극복이 이번 조기 대선의 시대정신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론이다.
국민의힘은 경선 승리자와 한 권한대행의 ‘단일화 이벤트’ 희망도 찌그러지고 있다. 한 대행은 지난 16일 월권적인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지명이 헌법재판소 전원일치 의견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내란 연루 혐의조차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 2인자와의 단일화는 빅텐트는커녕 내란 세력의 옹기종기 단일화에 불과하다. 이런 반동과 부정의를 국민이 용납할 리 없다. 지난 14~16일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국민 셋 중 두 명(66%)은 한 대행의 대선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게 일반 국민의 여론이자 상식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지리멸렬해진 것은 이 조기 대선이 왜 치러지는지 망각하고, 반성·쇄신도 없이 대선을 치르려 한 업보이다. ‘한덕수 차출론’도 정권 몰락 책임이 큰 친윤 세력이 그들 권력을 온존하겠다는 망상이고, 이걸 ‘보수의 정권 창출’이라고 거짓 위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이번 대선을 철저히 내란 비호당의 잔재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수권정당 길을 잃은 국민의힘이 미래 생존이라도 도모하는 길일 수 있다.
한 대행도 당장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헌재 제동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본안 선고를 기다리겠다는 건 국정관리자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본안 선고는 조기 대선 전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헌법 수호 책무를 어긴 권한대행이 대통령을 꿈꾸는 것부터 언어도단이다. 한 대행은 국민적 분노를 직시해 사죄하고, 국정·대선 관리자로서 대선 출마 여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