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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치와 지구위기

“민주주의가 나의 무지나 너의 지식이나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되는 풍토가 퍼질 때, 결국 득을 보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가장 큰 목소리일 뿐이다.” 20세기를 살다 간 미국 과학자이자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이다. 이 말은 2025년 현재를 뚜렷하게 관통한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난제 앞에 지성과 이성은 아무렇지 않게 조롱당하고 공격받는다. 세계 곳곳에서 극우 포퓰리즘은 반지성주의를 부추기고, 현실의 위기를 부정하거나 과학적 경고를 쉼 없이 깎아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중국이 날조한 사기극’이라고 말한다. 풍력발전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과학 부정과 반지성주의 풍토는 결국 멸종위기종 보호법 완화나 국립공원 내 석유 시추 허용 등 생물다양성을 뒤흔드는 정책들로 연결된다. 최근에는 산업시설에서 탄소 배출량을 보고했던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지구상 두 번째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미국에서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감시수단을 없앤 것이다. 정책 결정의 자리까지 차지한 극우는 환경정책을 이념전쟁의 볼모로 만들어버렸다.

유럽도 심각하다. 폴란드와 헝가리 등을 필두로 동유럽 민족주의 정부들은 유럽연합(EU)의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노골적인 반대를 표하며 합의를 한때 좌초시켰다. 프랑스의 마린 르펜 등 서유럽 극우 지도자들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비난하며 자국 우선 논리를 편다. 극우 정치세력은 유럽 전역에서 포퓰리즘과 영합해 환경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독일에선 극우 정당 AfD가 탄소중립 정책을 엘리트의 강요라 선동하며 파리협정 탈퇴까지 주장한다. 심지어 EU 의회에선 극우 의원들이 미국의 특정 싱크탱크와 손잡고 자연복원 법안 같은 핵심 환경정책을 무산시키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극우 정치의 선동은 기후행동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와 환멸을 부추겨 녹색정책에 대한 지지를 잠식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 의석이 줄고 기후회의론을 앞세운 세력이 약진하며 EU 핵심 환경 전략인 ‘그린 딜’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이성이 사라지고 과학적 경고가 무시되는 것은 욕설과 혐오가 난무하는 우리나라 극우 광장도 마찬가지다. 유튜브가 진실의 통로로 환호받고, 혐오의 언어가 토론의 언어를 대신하는 사이 반지성이 전부인 극우 정치는 힘을 더했다. 거기에 사회적 약자와 후발 세대 목소리는 설 자리가 없다. 극우 정치는 경제 불평등과 사회 위기의 심화 속에 기존 정치 질서에 대한 불신을 자산으로 삼는다. 유럽에서는 난민·이민자 문제를 계기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극우 정당이 제도권으로 진입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반공, 반페미니즘, 지역주의 등을 동원해 젊은 남성층과 기존 보수층을 극우 세력으로 결집시켰다. 극우는 보수의 연장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반지성, 반다원주의적 흐름이다.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인 것이다.

지구위기는 인류 공통의 위기다. 우리에겐 선동과 혐오가 아닌 지성과 토론이 필요하다. 그렇게 인류 공멸을 부추기는 반지성의 극우 정치를 끝내야 한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몫 아닌가. 이제 모든 건 당신과 나의 선택에 달렸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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