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여행 금지국서 예선 확정
비자 발급 등 변수에 준비 부담
사전 점검·원정 인원 ‘최소화’
승점 1만 추가해도 본선 진출

축구대표팀이 결국 ‘여행 금지국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에 도전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근 대한축구협회에 공식 서한을 통해 6월6일 열리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9차전 한국-이라크 경기 장소를 이라크 바스라 국립경기장으로 확정했다. 한국 정부는 2007년 이라크를 여행 금지국가로 지정했다. 한국의 남은 예선 2경기 중 원정 경기가 바로 이라크전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정부 의견에 따라 AFC 측에 우리 상황을 설명하고 제3국 개최가 가능한지 공식 문의했지만, AFC는 이라크가 월드컵 예선 내내 홈경기를 바스라에서 해왔고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됐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 당시, 이라크 북부 도시 에르빌에서 미사일 공격이 발생한 후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가 중립 지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라크 홈 경기를 옮긴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스라가 이라크 내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팀의 바스라 체류 기간을 최대 3박5일로 제한하고 이동 수단으로는 전세기를 검토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다른 중동 국가와 비교해 비행시간에 큰 차이는 없지만, 항공 노선이 잘 연결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 금지국가 방문에 따른 복잡한 비자 발급 절차는 대표팀 전체 일정과 준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외교부는 이라크와 같은 여행 금지국가 방문 시 ‘예외적 여권 허용’ 절차를 통한 특별 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이는 일반 비자보다 5~6배 많은 행정 절차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복잡한 과정과 추후 발생할 수도 있는 여러 변수는 선수단의 준비와 컨디션 조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지 이동수단으로는 방탄 차량이 준비될 예정이며, 외교부 지침에 따라 원정 인원도 선수단과 필수 지원 스태프만으로 최소화할 방침이다. 취재진 파견도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는 2017년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의 점령지를 모두 수복했지만, 여전히 그 잔당들이 소규모 게릴라식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현지인들도 무장 경호 인력과 방탄 차량을 이용하는 등 신변 안전에 특히 신경쓰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조만간 선발대를 바스라로 파견해 경기장, 훈련장, 숙소 등 현지 시설과 보안 상황을 직접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외교부와 현지 경찰 등과 긴밀히 협조해 선수단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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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은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해야 하는 경기다. 현재 한국은 B조에서 4승4무(승점 16점)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라크전에서 승점 1만 추가해도 본선에 진출한다.
이라크가 바스라 국립경기장에서 최근 2년간 한 번도 지지 않았을 정도로 강한 것은 부담스럽다. 특히 올해 3월 팔레스타인과의 예선에 4만6000여명이 몰리는 등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도 신경 쓰인다. 이라크는 현재 B조에서 3승3무2패(승점 12점)로 3위를 기록 중이며, 홈에서 한국을 꺾으면 본선 직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