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낭만은 잊어라…거친 우주에 대하여](https://img.khan.co.kr/news/2025/04/17/l_2025041801000517600054871.jpg)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
폴 서터 지음 | 송지선 옮김
오르트 | 560쪽 | 2만5000원
‘우주여행’이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영화 <그래비티>가 생각난다고 답을 할 것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영화 제목에 ‘스페이스’를 넣지 않고 ‘중력’이라고 이름 붙인 것부터 의미심장하다. 어쨌든 이 영화에는 딱 두 사람이 등장한다. 남자는 우주에서 돌아오지 못한 반면 여자는 지구로의 귀환에 성공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서 암시한 대로 샌드라 불럭이 연기한 여성 우주비행사다.
그렇다면 우주로 사라진 조지 클루니(맷 코왈스키 역)는 어떻게 됐을까. 신간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은 이런 상상을 배경으로 읽어가면 좋을 만한 책이다. 하지만 우주 공간을 둥실둥실 떠다니며 우주를 유영하는 그런 낭만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영화 <그래비티>에서도 탯줄로 은유되는 끈이 우주선으로부터 떨어지는 순간 머지않아 조지 클루니의 생명이 끊어지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천체물리학자이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문인 폴 서터가 지은 책의 원제부터가 <HOW TO DIE IN SPACE>, 즉 우주에서 죽는 법이다. 우주가 그만큼 거칠고 위험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밑에 깔려 있는 천체물리학 개념을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는 책이다. 가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그룹 에스파의 ‘슈퍼노바’ 가사 밑바탕이 되는 천체물리학 개념도 등장하니 K팝 팬들의 관심도 끌 법하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일종의 사고실험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책 목차대로 ①지구를 떠난 후 ②태양계 너머를 탐험하다 ③더 먼 곳으로의 항해를 하며 ④보이지 않는 위협과 싸우는 상상을 하다보면 영겁의 시간을 지나온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NASA는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추진하고, 중국도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운영 중이지만 모두 태양계 내부의 일이다. 저자는 이를 훌쩍 넘은 범위에 걸친 인류의 과학적 업적을 ‘우주 개그’를 섞어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