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급 내외상 트라우마
아직까지 일상 회복 불가능
경찰청 경비국장 사과 안 해
지난달 26일 새벽 엑스에 “경찰이 전국농민회총연맹 트랙터를 견인한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최별하씨(22)는 서울 지하철 남태령역에서 경복궁역으로 다급히 이동했다. 그는 오전 7시쯤 트랙터로 다가가다 경찰에 막혔다. 경찰은 최씨를 밀쳤고 넘어진 최씨를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덮쳤다. 주위 시민들이 “사람이 깔렸다”고 외쳤지만 최씨는 그대로 10~15분간 깔려 있었다. 최씨는 “죽을 수 있겠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며 집회는 마무리됐지만 경찰의 진압 과정에 다친 시민에게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이 남았다. 최씨는 지난 12일 기자와 만나 “그날 이후 통증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폐 타박상’ 진단을 받은 최씨는 나흘간 입원했다. “교통사고 수준의 내상”이라고 했다.
박태훈 진보당 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33)은 같은 날 트랙터로 달려가던 중 경찰이 잡아당겨 왼발이 꺾였다. 왼쪽 발목 인대가 찢어지고 복사뼈가 부러졌다. 전치 8주 진단을 받고 수술 후 재활치료 중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도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파에 깔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배준경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조직국장(42)도 같은 날 경찰과 몸싸움을 하다 허리 인대가 늘어나 응급실로 실려 갔다. 배씨가 찍힌 영상을 보면 경찰은 “체포해”라며 배씨의 뒤에서 목을 조르고 잡아당겼다.
‘집회 통제 후유증’은 이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을 1년 전에 예매했는데 결국 못 가게 됐다”고 했다. 최씨는 “야구 경기를 보러 가려고 시즌 경기표를 끊어놨는데 취소했다”고 했다. 최씨는 “경찰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경찰을 계속 무서워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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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은 지난달 26일 트랙터 시위 당시 있었던 과잉 진압에 대해 지난 10일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했지만, 다친 시민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최새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20건 이상의 피해 사례를 접수받았고,당일 현장에서 피해 사례가 접수된 건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은 시민을 규제할 대상으로만 생각하지만 집회·시위에 관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집회·시위가 평화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