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단지 우리 둘 뿐이지만 [카메라 워크 K]](https://img.khan.co.kr/news/r/700xX/2025/04/18/news-p.v1.20250418.109eb7db0b424f37a04cfbb938924a8a_P1.png)
어윈 올라프, 마이클 케나, 샌디 스코글런드 등 해외 사진작가들을 국내에 처음 소개해온 공근혜갤러리가 개관 2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 특별전을 연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과 핀란드 ‘펜티 사말라티(Pentti Sammallathti)’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모은 ‘우리 둘 The Two of Us’ 사진전이다. 두 작가는 작품 스타일은 다르지만, 1950년생 동갑이다. ‘기억’과 ‘시간’이라는 테마로 구성된 전시다.
베르나르 포콩은 철학적 상상력을 통해 떠오른 장면들을 감각적으로 연출한 미장센 사진을 찍었다. 유년의 기억을 밀랍 마네킹을 이용해 연출해 찍었던 ‘여름방학’과 빈방에 남겨진 흔적과 잔해들을 담은 ‘사랑의 방’ 연작이 대표적이다. 사진집 ‘사랑의 방’ 서문에서 베르나르 포콩은 “나는 빈 장에 남겨진 만남의 자취, 사랑하는 이가 머물렀던 흔적들이 그 어떤 초상보다 더 강렬하게 감정의 현존을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그의 사진을 본 롤랑 바르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 생각에는, 존재학적으로 (만일 이 유식한 척 하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허락하신다면) 당신 작품들은 사진 그 자체네요. ‘매혹’이라는 존재 그 자체입니다. 고마워요.” 이번 전시에는 모로코 국왕이 소장한 ‘12번째 사랑의 방’도 전시된다.
펜티 사말라티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그의 사진은 하나의 시”라고 칭송한 스트레이트 사진작가다. 날 것의 현실에서 시 적인 장면을, 그것도 동물이 등장하는 순간에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일을 말처럼 쉽지 않다. 펜티 사말라티는 그래서 사진을 찍는 행위를 동물에 비유했다. “나는 포인터 개처럼 셔터를 누를 시점을 기다린다.” 영국 사냥개 ‘포인터’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 다리 하나를 드는데, 사말라티는 셔터를 누를 결정적인 순간이 “운과 그때 상황에 모든 게 달려있다”고 말한다. 사냥의 결정적인 순간을 판단하는 것은 사냥꾼의 육감이다. 골든레트리버처럼 덩치 큰 개를 노려보며 짖어대는 까만 새, 피아노 악보 같은 전선 위에 음표처럼 조형적으로 앉아 있는 새들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마냥 기다린다고 얻어걸리는 장면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펜티 사말라티는 자기가 직접 인화한 대표작을 90cm가 넘는 대형 사이즈로 보내왔다.
연출해서 찍은 사진(베르나르 포콩)과 날 것의 순간을 포착한 장면(펜티 사말라티)의 병치는 어떤 느낌을 줄까? 이것이 바로 공근혜갤러리 20주년 특별전의 감상 포인트가 될 듯싶다. 서로 다른 성질의 요소를 섞는 것은,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넘어서 또 다른 차원의 감성을 선사하기 때문.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다. 서로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로 모이는 이야기. 그래서 이 전시의 타이틀이 ‘우리 둘 The Two of Us’로 정해졌을 것이다.

펜티 사말라티, Helsinki (Embrace), 1983, (C)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제공

베르나르 포콩, 12번째 사랑의 방 12eme chambre d amour, 1985, (C)Bernard Faucon. 공근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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