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는 근로자 아닌 프리랜서” 입장 고수
유족 측 “사과 없어…양당, 진상 규명에 힘 써달라”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 어머니 장연미씨가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 도중 울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MBC가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과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소송도 걸려 있고 개인과 관련된 2차 가해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지금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참석해 진상조사위 보고서 내용을 보고했는지 묻자 “보고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박 본부장은 안형준 MBC 사장과 박건식 기획본부장과 함께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했고 안 사장이 결과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지난 2월에 꾸려진 진상조사위가 이달 초까지 조사를 벌였다며 “오요안나씨가 입사한 이후부터 기상캐스터들 간에 벌어진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시계열로 다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언사들이 오갔는지 확인했다”고 했다.
MBC가 임원, 직원, 계약직, 협력직, 프리랜서, 출연자 등 회사 관련 업무 수행자 모두를 포괄하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처리 내규’를 두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오요안나씨 사건에는 이 내규가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 묻자 박 본부장은 “직장 내 괴롭힘은 신고자의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번 건은 신고 내용 없이 언론에 보도된 것만을 가지고 사안을 파악하다 보니”라고 했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내규를 적용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MBC는 기상캐스터는 근로자가 아니라 프리랜서가 맞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본부장은 “사용자가 업무 지시를 직접적으로 하거나, 사용자에 대해 얼마나 종속성을 갖는지 등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비춰봤을 때 지금 현재 기상캐스터는 프리랜서가 맞다”라며 “근로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회사도 책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도 이 사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다. 이달 4일까지 수사 기한이었지만 6월 말까지로 연장됐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특별근로감독 결과 기상캐스터가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회사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자, 박 본부장은 “기상캐스터에 대해 근로자라고 판단한다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도 “다른 직무(방송작가 등 방송사에 있는 다른 프리랜서 직군들)에 대해 확장해 적용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기상캐스터를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방송사 관행을 지적하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방안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방통위는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방안을 넣었지만 2023년 김홍일 당시 방통위원장이 이를 삭제했다. 대신 비정규직 인력 현황만 제출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살펴보겠다”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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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체회의에는 고 오요안나씨 어머니인 장연미씨와 외삼촌 장영재씨가 참석했다. 장연미씨는 ‘MBC가 정확하고 공정하게 규명하고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아뇨”라고 답했다. 장씨는 “MBC가 최초로 낸 입장문에서 ‘준동’이라는 말을 써 상처를 받았고 MBC가 저희한테 사과한 게 없다”고 했다. 장씨는 “진실 규명을 정확히 해야 저도 눈을 감을 수 있지, 지금 이 상태로는 쉽게 눈을 감을 수가 없을 것 같다”며 오열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정쟁화를 원하지 않은 것은 당 싸움으로 인해 우리 딸 이름이 안 좋게 거론되는 것이 싫어서였다”며 양당에 진상 규명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양당은 정쟁을 벌였다. 과방위는 오전 전체회의를 오요안나씨 사건 관련된 질의에 한정하기로 했지만 민주당 의원 대다수는 2차 가해가 우려된다며 질의하지 않았다. 대신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2인 체제 의결의 적법성을 따졌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진실규명에 관심이나 있나. MBC가 끼어있다는 이유 때문에 민주당이 비호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으면 그런 오해를 털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가 언쟁이 벌어져 잠시 정회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