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경북 영덕 구미리 산불 피해 주택을 철거하고 있다. 영덕군 제공.
지난달 경북 5개 시군을 휩쓴 산불의 실제 피해 면적이 산림청이 당초 추산한 수치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산림청은 경북 산불 피해 면적을 중간 집계한 결과 피해면적이 9만928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 이후 ‘산불 영향구역’이 4만8000여㏊라고 해왔는데, 차이가 크다. 산불 초동 대응 단계부터 산림청의 피해 예측이 허술했던 것은 아닌지 점검이 불가피하다.
산불영향구역은 화재 현장에 펼쳐진 화선(火線), 즉 불길 안에 포함된 면적을 뜻한다. 타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보통은 산불 영향 면적이 피해 면적보다 더 넓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의 경우 산불영향구역은 2만923㏊로 추정됐지만 최종 집계된 피해 면적은 1만6302㏊로, 추정치의 약 78%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로 피해 면적이 영향 구역보다 훨씬 넓다. 이에 산림청은 “산불영향구역과 피해면적은 개념이 달라서 단순 비교할 수 없고, 진화 이후 피해면적이 공개되는 만큼 산불 영향 구역을 의도적으로 줄일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산림청 주장대로 이번 산불이 ‘괴물 산불’로 불릴 정도로 파괴력이 커서 추정치와 피해 규모가 다를 수 있다. 그렇다해도 두배씩 차이가 나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강풍으로 초기 진화엔 속수무책이었다 하더라도, 피해 면적까지 과소 추계하는 것은 피해 주민들을 두번 울리는 것 아닌가.
이번 산불은 2000년 동해안 산불을 뛰어넘는 역대 최악의 피해를 냈다. 집과 생계수단을 잃은 이재민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으로 재해·재난 대응에 3조2000억원을 편성했는데 산불 피해 지원보다 장비 구입 등 예방 관련 예산이 더 많다. 재해·재난 예방·대응력 강화에 1조7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반면, 산불 피해복구 지원엔 1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피해주민 지원 예산은 1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실제 피해 면적보다 적은 추계에 근거해 예산을 편성했다면 충분한 복구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다시 점검해 피해주민 지원 예산의 증액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산불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데도 정부와 산림청은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더 잦아지고 커질 것이다. 그에 맞춰 제대로 된 예방과 피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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