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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추백, 찌려면 금선, 샐러드엔 홍영·자영…‘그냥 감자’는 없다

당신이 몰랐던 감자의 품종

붉거나 보라색의 컬러 감자들.   농촌진흥청 제공

붉거나 보라색의 컬러 감자들. 농촌진흥청 제공

수년 전 한 외국인 셰프가 국내 사찰을 방문한 현장을 취재했을 때다. 재료로 올라온 감자를 보고 그 셰프는 물었다. “이 감자는 어떤 품종인가요.” “글쎄요. 채마밭에서 캐 온 건데… 분이 많고 맛있어요.”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도 그냥 흙감자나 햇감자, 알감자 정도로 분류되어 있을 뿐인데. 이 감자가 무슨 품종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돼지등뼈를 넣고 감자탕을 끓이거나 닭볶음탕을 만들다 보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 요리에는 감자가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완성된 탕 속에 든 감자가 푹 익는 정도를 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으스러지거나 무너지는 상황 말이다.

요리에 따라 감자 품종을 선택하고 그 맛의 차이를 구별하고 즐기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 감자는 ‘그냥 감자’다. 아는 품종이라면 고작 수미감자 정도? 농촌진흥청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감자를 개발, 보급하며 그 특징에 대해 알리고 있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감자 품종은 아직 낯설다.

다만 농민과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직거래 플랫폼 네이버 농라카페 같은 채널에서는 다양한 품종별 감자를 구할 수 있다. ‘금선감자 할인합니다’ ‘추백감자 한 상자 만원’ 하는 식이다. 동네별로 열리는 소규모 직거래 장터에서도, 농가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고유 품종을 내세운 감자를 간간이 발견할 수 있다. 특정한 감자 요리를 할 때 적합한 품종을 고른다면 같은 요리라도 더 맛있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우선 감자는 전분의 구성에 따라 분질감자와 점질감자로 나뉜다. 분질감자는 전분의 함량이 높고 분이 많이 나는 감자다. 오래 끓였을 때 전분이 녹아 없어지면서 으스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점질감자는 점성이 강하고 쫀득해 오래 끓여도 모양이 유지된다. 양쪽의 특성을 적당히 함께 갖춘 것은 중간질감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수미’는 중간질이다. 전체 생산량의 60~70% 정도를 차지한다. 두루두루 여러 가지 요리에 적당히 어울리고 재배도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오랫동안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품종을 따지는 것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감자전을 부칠 때는 ‘추백’이 어울린다. 점질감자인 추백은 점성이 많아 구웠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맛을 낸다. 추백은 수분량이 많으므로 오래 저장하기는 어렵다. 경남 밀양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서홍’도 차진 조직감 덕분에 감자전을 비롯해 다양한 반찬으로 활용하기 좋다. 제주에서 주로 생산되는 ‘대지’ 역시 점질이라 탕이나 볶음으로 먹기 적합하다.

쪘을 때 분이 많이 나는 파근파근한 감자를 원한다면 ‘금선’이 제격이다. 분질감자인 금선은 고소한 풍미가 뛰어나다. 샐러드나 매시트포테이토처럼 으깨서 만드는 요리를 하기에 좋다. 농촌진흥청은 같은 조건에서 감자를 쪘을 때 금선이 상대적으로 고소함의 정도가 높다고 밝혔다. 뇨키나 그라탱, 매시트포테이토 등 서양요리에 잘 어울리는, 특히 유제품과 어우러졌을 때 그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품종은 ‘고운’이다.

오리온에서 개발한 ‘두백’은 국내에서 수미 다음으로 많이 재배하는 품종이다. 감자칩에 적합한 식감을 위해 개발한 품종으로 강원도 지역에서 많이 재배된다. 감자칩이나 프렌치프라이처럼 튀기는 감자요리에 잘 어울린다. 포슬포슬한 분이 많아 찐 감자로 먹기도 좋다.

붉은색과 보라색이 나는 감자도 있다. 붉은빛의 ‘홍영’, 보랏빛의 ‘자영’으로, 안토시아닌 함량이 많고 단맛이 강하다. 이 두 품종은 아린 맛이 적고 식감이 아삭해 생으로 먹는 것도 잘 어울린다. 샐러드나 냉채, 즙으로 이용하기 좋다. 또 이 품종들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세포를 보호하고 미백과 염증 예방 효과도 있어 화장품 원료로도 활용된다.

감자는 껍질을 벗겼을 때 갈변되는데 이 단점을 극복한 품종도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신품종 ‘골든볼’이다. 골든볼은 겉과 속이 모두 노란 편으로, 깎거나 갈았을 때 색이 변하지 않아 앞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농진청은 설명한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감자연구소>에는 ‘장생’과 ‘마루’라는 품종이 등장했는데 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 골든볼.   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 골든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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