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유플러스 대전 R&D센터의 ‘홈 무선 환경 시험실’에 꾸며놓은 아파트의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대전 R&D센터 내부에는 25평 아파트가 있다. 연구소 특유의 흰 복도를 지나 현관에 들어서자 방 셋에 화장실 하나인 전형적 한국 가정집이 보였다. 요즘 깔끔한 인테리어를 위해 거실 TV 뒤편에 IPTV 셋톱박스와 와이파이 공유기 등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벽과 TV 사이는 한 뼘. 용케도 전파가 집안 전체에 도달해 각종 기기와 스마트폰을 막힘없이 쓸 수 있다. 이러한 무선 통신이 가능한 이유는 제품 출시 전 수십만 번의 테스트와 24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덕분이다.
지난 17일 방문한 R&D센터의 ‘홈 무선 환경 시험실’에 꾸며놓은 아파트는 실제 가정 환경에서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장소다. 집안 곳곳에 있을 법한 가전과 모바일 기기, IoT(사물인터넷) 기기 총 78종을 들여놨다. 여러 스마트 가전을 연동했을 때 간섭은 없는지, 대용량 트래픽도 문제없이 소화하는지 등 고객 입장에서 다양한 경우를 검증해보는 것이다.
지난달 LG유플러스가 출시한 와이파이7 공유기도 이러한 시험을 거쳤다. 이 공유기는 국내 통신사 최초로 6GHz 대역을 지원해 기존 대비 최대 4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 거실에서 넷플릭스 30분짜리 드라마 한 편을 내려받아 보니 와이파이7 공유기는 곧바로 다운로드가 완료됐지만, 기존 와이파이6 공유기는 6~7초가 걸렸다. 홈 환경 시험에서 블루투스 지원 전기장판처럼 생각지 못한 기기들의 연결 문제를 찾아내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한다.

LG유플러스 직원이 ‘단말 SW(소프트웨어) 시나리오 시험실’에서 셋톱박스 동작을 살펴보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셋톱박스로 빼곡히 차 있는 ‘단말 SW(소프트웨어) 시나리오 시험실’은 모니터에서 방송 화면이 끊임없이 출력돼 미디어아트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고객들의 사용 습관을 고려해 채널 변경,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접속, 리모컨 사용 등 7가지 시나리오를 24시간 시뮬레이션한다. 시험에는 10여종의 셋톱박스 총 411대를 활용한다. 채널을 변경하고 OTT에 접속하는 테스트를 하루 평균 13회 반복하는데, 1년이면 약 200만 번 진행하게 된다고 한다.
‘NW(네트워크) 연동 시험실’은 아파트 등 집합주택에서 세대, 동, 단지로 이어지는 네트워크 장비의 상호 작용을 테스트한다. 일반적인 환경보다 부하가 큰 1Gbps의 트래픽 환경에서 인터넷(파일 다운로드, 게임, 스트리밍) 및 IPTV 서비스를 시험하고 문제를 찾는데, 지난해 기준 약 16만명의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던 네트워크 장애 이슈를 사전 대응했다.

‘NW(네트워크) 연동 시험실’의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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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R&D센터는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올해 초 첫 현장 경영 장소로 방문한 곳이다. 당시 ‘기본을 탄탄히 다지자’고 거듭 강조해 ‘기본기 홍’으로 불린다는 대표의 방문 이후 품질 기준도 상향됐다. 이민홍 LG유플러스 홈서비스개발랩장은 “시험실에서 평균, 최소, 극한 등의 기준이 있는데 아파트 단지 전체를 단전시키고 복구를 한다든지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에서도 화두인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품질 검증의 정확성·효율성도 높여갈 계획이다. 강봉수 LG유플러스 품질혁신센터장은 “중고교 기본 과목인 국·영·수처럼 ‘선제적 예방’, ‘AI 활용 품질 개선’, ‘출시 후 장애 제로화’를 중심으로 품질 혁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