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에만 약 2조5000억원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여파로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실행도 늘어난 데다 관세전쟁에 따른 증시 급락 당시 빚을 내 투자한 수요도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738조5511억원)보다 2조4998억원 불어난 741조5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달 증가 폭(+1조7992억원)은 넘어섰다. 이 추세대로 이달 말까지 가면 신학기 이사수요 등으로 상대적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났던 2월(+3조931억원)보다도 대출규모가 커질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가계신용대출이 각각 전월보다 1조5018억원, 1조595억원 늘어난 것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시행되는데 지난 2월 토허제가 한 달 동안 해제되면서 부동산 거래가 증가해 주택담보대출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 매매량은 5만698건으로 전월 대비 32.3% 늘었다. 이 중 토허제가 해제됐던 서울의 아파트 매매(4743건)가 전월(3233건)보다 46.7%나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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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계신용대출 증가는 전반적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최근 증시 변동성을 노린 투기적 대출 수요가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 가계대출 중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전월보다 6435억원 늘었는데 미국발 관세 충격에 코스피가 5.57% 폭락했던 지난 7일에만 잔액이 4929억원이나 불어났다. 증시 낙폭이 과도하다고 본 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약 2조10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 투자자는 약 1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말까지 가계신용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11월(+2442억원) 이후 5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