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박정혜(왼쪽), 소현숙씨가 지난해 10월 16일 저녁 열린 약식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이후 사실상 생산을 중단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물량이 ‘쌍둥이 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로 이관돼 큰 이윤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는 외면한 채 물량은 넘겨받고 이익만 챙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한국니토옵티칼 감사보고서를 보면, 한국니토옵티칼은 지난해 3월 기준 매출이 1조946억원으로 전년 9715억원대비 123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66억원으로, 전년보다 126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엔 334억원, 2022년 378억원, 2023년 440억원을 기록하면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물량이 이관되기 전 10% 안팎에 머물던 영업이익 증가율이 물량 이관 후 29%로 급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3년 345억원에서 2024년 501억원으로 뛰었는데 전년 대비 45%가 오른 수치다. 업계에서는 물량 이전 시점을 2023년 초로 보고 있다.
일본 기업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였다. 2022년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법인을 청산하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를 거부한 17명은 정리해고됐다. 해고노동자 박정혜·소현숙씨는 지난해 1월8일부터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건물에 올라 469일째 무기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니토옵티칼은 물량을 이관한 후 증가한 이익을 모두 일본 닛토덴코에 배당했다. 지난해 닛토덴코에 배당한 금액은 509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 501억원보다 더 많은 돈을 일본 본사가 챙긴 셈이다. 고용승계는 없었다. 물량 이관 후 한국니토옵티칼은 고용승계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채 156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 중 87명은 고공농성이 시작된 이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닛토덴코 한국 자회사인 한국닛또덴꼬 역시 큰 이윤을 거뒀다. 한국닛또덴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당기순이익은 2022년 42억원, 2023년 42억원에서 2024년 67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22년 52억, 2023년 66억, 2024년 73억원으로 늘었다.
유통판매 법인인 한국닛또덴꼬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의 거래가 종료되는 동시에 한국니토옵티칼로부터 매입 금액을 2023년 618억원에서 2024년 1207억원으로 2배 늘렸다. 금속노조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생산하던 물량이 사라진 게 아니라 계열 내에서 흡수·재배치됐다는 결정적 근거”라며 “일본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청산했지만 한국 내 전체 수익 구조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했다.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회장은 “사실상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고용승계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를 위한 희망버스가 전국에서 출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