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시에 “추방 말라”…이례적·신속 개입
법적 권한, 구제 절차 등 문제 여전히 남아
백악관 “합법 조치…정부가 결국 이길 것”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전경.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적성국 국민법(AEA)을 근거로 추진 중인 베네수엘라 이민자 강제 추방에 제동을 걸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대법원의 추가 조치가 있을 때까지 어떤 구금자들도 미국에서 추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7일 하급법원 판단을 뒤집고 ‘이의제기 기회 보장’을 조건으로 달아 이민자 강제 추방을 허용했다. 그러나 정부가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논란이 계속되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개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은 텍사스주 구금센터로 이송된 베네수엘라인들이 적성국 국민법에 따라 곧 추방될 것이란 정보를 파악하고 텍사스 연방지방법원, 제5순회항소법원, 연방대법원에 추방 일시중단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의제기 기간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네수엘라인 약 50명의 추방이 임박한 상황이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의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수용된 수감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연방대법원은 제5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추가 조처를 하겠다며 ACLU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ACLU의 리 갤런트 변호사는 “(구금센터의) 이민자들은 재판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 끔찍한 외국 감옥에 수용될 위기에 있었다”며 “지난달처럼 이민자를 강제 추방하려는 정부를 대법원이 저지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베네수엘라인 260여명을 범죄 조직원 등으로 규정하고 엘살바도르로 추방해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강제 추방을 강행해왔다. 당시 추방 명령에 가장 먼저 제동을 걸었던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정부 당국자에게 법정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까지 언급하며 사법부와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도 트럼프 정부는 추방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대법원 명령에도 “정부의 조치는 합법적”이라며 “미국인의 권리보다 테러리스트 외국인의 권리를 더 중시하는 급진적 활동가들이 제기한 근거 없는 소송에 맞서 결국엔 (정부가) 승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존 사우어 미 법무차관은 하급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대법원이 성급한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지난달 엘살바도르로 이민자들을 추방할 당시 행정상 오류로 함께 추방된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아내 제니퍼 바스케스 수라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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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은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약 6시간 만에 신속하게, 밤늦은 시간인 오전 1시에 추방 금지 명령을 내린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앞선 판결에서 요구한 절차를 트럼프 정부가 준수할지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스티브 블라덱 조지타운대 법학센터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정부가 절차와 관련된 규정을 두고 벌이는 게임에 대해 대다수 판사가 인내심을 잃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성국 국민법을 근거로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는지 법적 권한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는 대법원이 다루지 않았다며 이민자 강제 추방 논란과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이의제기 기간을 어느 정도로 보장해야 하는지, 구금자들이 테러리스트나 범죄 조직원이라는 혐의를 벗으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등 실무적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NYT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