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션비치에서 1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성조기를 거꾸로 들고, ‘탄핵하라 그리고 파면하라’라는 문장을 몸으로 만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2주 만에 다시 열렸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민들의 자유와 법치주의를 짓밟고 있으며 이민, 연방정부 구조조정,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독립전쟁 발발 250주년 기념일인 19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과 뉴욕, 시카고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를 포함해 미 전역에서 약 700개의 시위가 개최됐다. 지난 5일 미 전역에서 약 50만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손을 떼라’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에 시민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날 시위는 소셜미디어 레딧에서 시작된 풀뿌리 저항 캠페인인 ‘50501’ 운동이 주도했으며 시위마다 수백~수천명이 참여했다.
워싱턴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의회의사당과 워싱턴기념비 주변을 행진하면서 지난달 엘살바도르 수용소로 추방된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귀환을 정부에 요구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합법적 체류 지위를 가진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행정상 오류’로 추방한 사실을 시인하고도 그를 다시 미국으로 데려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석방하라” “트럼프는 집에 가라”고 외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청사 앞에서 19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사실: 트럼프는 유죄 선고를 받은 중범죄자. 그는 엘살바도르 (수용소) 소속’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UPI연합뉴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회사원 배리 니틀은 “이것은 불의다. 이게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시위대 근처를 지나가던 2층 시티투어 버스가 경적을 울리며 연대를 표하자 시위대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콜로라도주 의사당 앞에선 시위대 수백명이 이민자들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이민자들에게) 손대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성조기를 흔들었는데 일부는 국기를 거꾸로 들었다고 AP는 전했다. 거꾸로 게양된 성조기는 긴급 구조 신호인 ‘SOS’를 뜻한다.
샌프란시스코 오션비치에선 시민 수백명이 모래사장 위에 서서 ‘탄핵하라 그리고 파면하라’라는 문장을 몸으로 만들고, 성조기를 거꾸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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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외곽에서 열린 시위에 딸, 손자들과 함께 참여한 토머스 배스퍼드는 “지금은 미국의 자유가 매우 위태로운 시기”라며 “우리 아이들이 때로는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잭슨빌 시위에 나온 65세 사라 하비도 “(트럼프의 미국에서 살아갈) 손주들이 걱정된다. (이 시위는) 손주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단일 주제 아래 시민들이 결집하는 전통적인 시위와 달리 이날은 지역마다 다양한 구호가 등장했다.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성소수자 권리, 재향군인 권리, 사회보장제도, 연금, 멸종위기종 보호 등 광범위한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