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라노 조수미가 19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마리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판씨네마 제공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63)가 “내년이면 국제 무대에 데뷔한 지 벌써 40년이 된다”며 “저는 40년, 50년, 60년을 너머 100년까지 무대에 서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마리아>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서 “롤 모델이었던 마리아 칼라스의 전성기가 짧았던 것을 보면서 경각심을 느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6일 국내 개봉한 영화 <마리아>는 20세기 오페라의 전설이자 ‘디바(이탈리아어로 여신)’로 불리는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삶과 죽음을 다룬 전기 영화다.
조수미에게 칼라스는 우상이자 사표(師表)였다. 조수미는 “오페라는 칼라스가 없었던 시기와 있었던 시기로 경계를 만들 수 있을 정도”라며 “오페라나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들도 칼라스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정말 대단했다”고 말했다.
‘세기의 디바’로 지금까지 명성이 자자한 마리아 칼라스는 화려했던 대신 전성기가 짧았다. 만 53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별세하기 전까지 칼라스는 전성기인 10여년 남짓한 기간 전 세계를 휘어잡았다. 그렇게 매혹당한 사람 중에는 전쟁을 겪으며 문화적으로 참혹한 환경에 있던 한국의 10대 소녀도 있었다. 라디오로 칼라스의 노래를 들으며 디바의 꿈을 키운 한국의 소녀는 바로 조수미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나라에서 꿈조차 제대로 꿀 수 없던 이 소녀는 디바의 꿈을 고스란히 딸에게 이식했다.
조수미는 이날 “어머니 뱃속에서 있을 때부터 칼라스 노래를 들어서 너무 지겹더라”고 웃으며 말한 뒤 “태어났을 때부터 저의 운명은 딱 정해져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미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성악, 발레, 고전무용, 피겨 스케이팅, 웅변 등 안 한 것 없이 굉장히 바쁜 어린이였다”며 “(어머니가) 오페라는 그런 걸 다 해야 무대에 설 수 있다고 늘 강조했다”고 했다.
어머니의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 지휘계의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이 1988년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 오디션에서 조수미를 만난 뒤 “이런 목소리는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신의 선물”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그는 각광을 받았다. 전설 ‘라 칼라스(마리아 칼라스의 별칭)’에 비견될 만큼 노래를 잘 하는 것이야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밖에도 둘 사이에는 소소한 공통점도 많다.
조수미는 “저와 칼라스가 비슷한 면이 있어 굉장히 섬뜩섬뜩 놀라기도 했다”며 “제가 동물을 사랑해서 한때 수의사를 꿈꿨다면 칼라스는 치과의사를 꿈꿨다는 점, 엄마보다 아빠를 더 친근히 여겼다는 점 외에도 음악에 대한 집중력과 자기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노래를 불렀다는 점 등이 그렇다”고 했다.
조수미는 가난했던 이탈리아 유학생 시절 거저 얻게 된 강아지 이름을 칼라스의 친언니 이름인 ‘재키’로 지을 정도로 ‘라 칼라스’를 닮고 싶어했다. 이날도 칼라스가 무대에서 즐겨 입은 의상인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행사에 참석한 그는 이날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는 데 꼬박 3시간을 투입했다고 했다.

소프라노 조수미. SMI 엔터테인먼트 제공
칼라스의 삶은 그에게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칼라스는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의 사랑에 빠지면서 매일 같이 선상에서 파티를 즐겼고 술과 담배에도 빠져들었다. 오나시스의 배신 이후에는 약물에 의존하기도 했다. 조수미는 “성악가는 몸이 악기”라며 “굉장한 절제와 자기관리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했다. 이어 “칼라스의 인생을 보면서 ‘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40년, 50년, 60년 넘어 100년 동안 무대에 설 거야’라고 다짐했다”고 했다.
- 문화 많이 본 기사
국제 무대 경력 40년의 조수미가 영화 GV에 게스트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수미는 아직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7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를 개최했다. 6월에는 이 콩쿠르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더 매직, 조수미&위너스’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수미에 이은 <마리아> GV 이벤트도 계속된다. 팝페라계의 ‘월드스타’로 불리는 테너 임형주를 비롯해 전문적인 오페라 해설이 기대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뮤지컬 <천 개의 파랑>의 소설 원작자 천선란 작가 등이 릴레이 GV 이벤트에 나선다.

영화 <마리아> 포스터. 판씨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