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자신감’ 강조에 대중 호응
비판 여론은 수면 위로는 못 나오기도
경제상황 악화되면 여론 변화도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를 기다리는 듯한 풍자게시물.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로 보인다. 엑스, 샤오훙슈 등에 퍼져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거주하는 중국인 정모씨(45)는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아이폰이 비싸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한다. 하지만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으니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SNS에서 봤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의 풍자 그림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미국의 행태는) 두렵다기보다는 웃긴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중국인들은 ‘조 바이든 전 미 대통령은 전쟁을 좋아하지만 트럼프는 돈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결국 어느 순간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세로 인해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정씨는 중국중앙TV(CCTV)와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를 통해 주로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인민일보가 지난 7일 “관세로 인해 중국경제는 타격을 입겠지만 하늘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사설을 낸 것을 필두로 연일 관세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샤오훙슈, 틱톡, 웨이보 등 SNS에서는 관영매체가 제작한 만평에 더해 누리꾼들이 제작한 게시물, 인플루언서들이 국산품 소비를 강조하는 영상 등이 올라온다. 복수를 위해 국산품 소비를 사용하자는 메시지보다 ‘미국산보다 중국산이 오히려 좋다’ ‘중국산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건 미국 소비자’라는 자부심을 강조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많다. 좀 더 진화된 애국주의 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선전 업무는 중국 정부의 중요한 관세 대응 종 하나다. 중국 정부는 상무부, 인민은행 등 경제부처가 주축이 된 미국 관세 대응 태스크포스(TF)에 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부, 온라인 콘텐츠를 관리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등을 합류시켰다. 선전업무는 당 중앙위 선전부가 이끌고 있다.
베이징에서 수십년째 거주한 한 교민은 “코로나19 기간만 하더라도 당국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여론을 많이 바꿔놨다”며 “당과 정부와 인민이 애국으로 하나 되어 똘똘 뭉치는 당이 원하던 그림이 트럼프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에서 관세전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공개적으로 나오기 어렵다. 자신감을 강조하는 인민일보 사설에 달린 “자신감은 정책이 아니고 안정은 성장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던 댓글은 삭제돼 해외 아카이브 사이트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공공정책센터 소속 허빈이라는 연구원이 관세 대응을 비판하자 사화과학원은 공공정책센터를 통째로 폐쇄하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불만 여론은 상세히 소개하지만, 중국 광저우·저장 등지에 집중된 자국 기업 피해상황에 대해선 잘 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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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반응은 경제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분기 중국경제는 5.4%, 소비는 4.6% 성장했다. 중국 경제가 회복국면인 가운데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중산층에게 무역 전쟁 효과는 아직 미치지 않고 있다. 무역전쟁의 본격적 여파는 5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조교수 자 지안 총은 “(당의 선전은)양날의 검과 같다“며 “어려운 시기에 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결집하는 데 집중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당이 비난받게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달 말 정치국 회의를 열고 경기부양책과 무역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본 계층 지원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