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국내 증시의 주도주로 떠오른 조선·방산주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관세 충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데다 국내외 정책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때 국내 주력산업으로 꼽히며 증시를 주도했던 2차전지주는 끝없이 추락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를 이끄는 두 업종인 조선·방산주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방산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와 ‘조선대장주’ HD현대중공업은 장중 각각 86만2000원, 37만4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3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삼성전자(-6%), SK하이닉스(-11.6%), 현대자동차(-4.6%) 등이 급락했지만 한화에어로(+24.9%), HD현대중공업(+23.5%), 현대로템(+15.9%), 한화오션(+12.6%) 등은 오히려 두자릿수 넘게 속등하며 지수를 방어하고 있다.
상승세에 힘입어 한화에어로는 최근 국내 증시 시가총액 6위(37조7412억원) 자리에 올랐고 HD현대중공업은 시총 10위(31조9139억원)에 올라섰다.

조선·방산주 상승세는 트럼프 대통령 영향이 크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 시총이 15조원 안팎에 머물렀던 한화에어로와 HD현대중공업은 이후 약 반년 만에 주가가 각각 128.7%, 109.4% 뛰면서 시총이 두배 넘게 불었다.
조선업은 미국의 대중 규제 및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방산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 내에서 자체 안보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방산 수요가 커진 것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최근 두 업종 모두 미국향 매출이 미미해 ‘관세 무풍지대’로 꼽히는 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방산 정책’을 공약하는 등 정치권의 지원 기대감도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반면 최근 몇 년간 국내 증시 주도주 중 하나였던 ‘2차전지’주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다. 2년 전 코스피 시총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던 LG화학(4위), 삼성SDI(6위), 포스코홀딩스(8위)는 현재 각각 코스피 시총 26위, 33위, 16위까지 떨어졌다. 당시 시총이 50조원대를 기록했던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해엔 26조~27조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최근엔 15조원대 이하로 떨어졌다.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도 2년 새 절반 가까이 증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다 대규모 관세로 2차전지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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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관세 여파로 조선·방산주 위주의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관세 협상이 계속되고 있어 조선·방산·엔터테인먼트 등 미 관세정책과 무관한 업종이 주도주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에 가격이 폭등해 ‘고점 부담’이 큰 데다 언제든 정세에 따라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조선주는 당시 증권가에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