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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세종·청와대 이전이냐 용산 잔류냐…대선 후보들 ‘백가쟁명’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내려지자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봉황기가 내려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내려지자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봉황기가 내려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3월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이같이 말하며 ‘제왕적 대통령’ 상징인 청와대를 나와 용산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실을 두겠다고 공언했다. 온갖 논란에도 대국민 소통 의지를 앞세워 한 달여 뒤 취임일부터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2년11개월 간 용산은 불통의 상징이 됐고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의 주모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나타내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정권을 되찾아오려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본격화한 양상이다.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세종시 등 목적지는 다양하다. 특히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세종시 이전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등 법적 논란과 맞물려 쟁점이 되고 있다.

민주당 ‘세종 이전론’…이재명은 신중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대통령실 이전을 선제적으로 의제화했다. 지방 분권을 강조하며 출마한 김경수 후보는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을 “불법으로 쌓아 올린 내란의 소굴”이라며 “단 하루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후보는 용산이 도·감청 등 각종 보안 문제에 취약할뿐더러 국방부·합동참모본부와 한 공간에 있어 전시 지휘 체계 방어가 어렵다는 안보상 이유도 거론했다. 그는 서울과 세종에 집무실을 두되 서울은 청와대 또는 정부서울청사, 세종은 정부세종청사 내 임시 집무실을 활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동연 후보는 서울을 벗어나 즉각 세종으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지난 19일 충청권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대통령 당선 즉시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옮기겠다”며 “취임하는 당일부터 세종에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의 임시 집무실을 쓰겠다는 것이다. 당장 용산뿐 아니라 서울을 벗어나자는 점에서 김경수 후보보다 한발 더 나아간 주장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후보 입장은 일단 용산에 들어가 일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민주당 대선 경선 첫 TV 토론에서 “지금 당장 다른 데로 가기가 마땅치 않다”며 “일단은 보안 문제가 있지만 용산을 쓰면서 청와대를 신속 보수해 청와대로 다시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쉽지는 않다”며 장기적 과제로 제시했다. 다소 파격적인 ‘당장 세종 이전·활용’ 주장과 거리를 두며 유력 대선 후보로서 안정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오른쪽부터(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첫 TV토론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오른쪽부터(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첫 TV토론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세종 이전’ 거리 두는 국민의힘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용산 이전 필요성부터 입장이 갈린다.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용산을 나와 청와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 후보는 지난 15일 비전발표회에서 “대통령은 청와대로 복귀해야 된다”며 “청와대는 국격의 상징이고 나라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청와대로 돌아가는 게 낫다”며 미국 백악관처럼 청와대 일부를 개방하겠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후보는 “지금은 일이 먼저”라며 용산 잔류를 공언했다. 그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6월4일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데 용산에 안 들어갈 건가”라며 “(이전 문제는) 차차 논의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여러가지로 검토할 점이 많다”며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입장은 “대통령실을 이전해 세종이 실질적인 행정도시가 되는 게 맞다”(지난 18일 CBS 라디오)는 나경원 후보 정도다. 세종 이전은 민주당 후보들이 내건 의제일뿐더러 윤석열 정부의 ‘용산 실패’와 대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수세적 태도를 보이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용산은) 소통이 부족하고 폐쇄적이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며 “우선 정부서울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하며 즉시 세종시에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건립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가한 후보 8명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7일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가한 후보 8명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실 이전은 ‘난제’

한 달 남짓의 짧은 대선 기간에 대통령실 이전이 논의를 넘어 현실화긴 어려워 보인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방안이든 미리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의 용산 이전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추진돼 집행이 담보됐으나 차기 대통령은 6월3일 투표가 끝나면 다음 날 바로 취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경수 후보는 지난 18일 민주당 TV 토론에서 최종 확정된 후보들이 국회의장을 통해 이전 문제를 사전에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재명 후보는 “훌륭한 생각”이라며 공감했고 김동연 후보도 동의했다.

용산 이전처럼 단기간에 추진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용산 이전은 국방부와 합참의 졸속 이전으로 이어져 안보 시스템에 혼란을 초한 바 있다. 정권 초기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부각되면 다른 주요 현안이 후순위로 취급되며 국정 동력이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기술수석 등 위촉장 및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기술수석 등 위촉장 및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들이 현실성 있는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년11개월 간 완전 개방된 청와대는 보안 문제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서울청사는 문재인·윤석열 정부가 모두 검토했으나 보안 문제 등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세종 이전은 지역균형발전과 정부 행정 효율화라는 명분이 있지만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법적 논란을 해소하려면 헌법을 고치거나 헌재의 판단을 다시 받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부·국방부·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와 각국 대사관이 서울에 자리잡고 있는 현실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8일 TV 토론에서 “서울에도 부처들이 남아 있다”며 “지금 당장은 거기(세종)에 중점을 두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세종·청와대 이전이냐 용산 잔류냐…대선 후보들 ‘백가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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