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형식이 내용을 담보한다. 처벌 의지가 있는 수사와 봐주기 수사는 한눈에 구별된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 김건희·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이 김상민 전 검사를 조사했다. 그러나 소환 사실을 비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우지도 않았다. 김 전 검사는 부장검사 재직 중 사표를 내고 지난해 4월 총선에 출마한 인물이다. 지난 2월 명태균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김상민 검사 조국 수사 때 고생 많이 했다”며 “국회의원 되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 여사 비리 의혹을 파헤치고, 정권과 유착된 ‘정치 검사’ 단죄 의지가 검찰에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런 식으로 수사를 진행하진 않았을 것이다.
검찰의 김 여사 수사가 매우 지지부진하다.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도 보름이 지났지만 소환은커녕 압수수색 같은 기본적인 강제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여사의 총선 공천개입 의혹을 최초 폭로한 강혜경씨가 검찰의 사건 축소·은폐를 대놓고 비판할 정도다. 강씨는 지난 17일 “‘윤석열·김건희에 관해서 왜 묻지 않느냐’고 물을 때마다 검사들은 ‘나는 담당이 아니다. 다른 곳에 물어봐라’라는 식으로 피해 가기만 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불법 공천개입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건이 해결됐다고 명씨에게 알려주는 김 여사 육성까지 공개됐다. 명씨가 윤석열을 위해 대선 여론조사를 조작한 증거도 있고, 조작된 조사를 돈도 받지 않고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여사가 장관·공기업 사장 인사에 관여한 정황도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이자 김 여사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삼부토건 관련 기업 인수·합병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도 불거졌다. 2023년 삼부토건 주가 폭등 당시 금융당국이 확인한 시세 차익만 100억원이 넘는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한 의혹도 시한폭탄이다.
검찰이 아무리 뭉개도 김 여사 비리는 규명된다. ‘명태균 특검법’이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3표 차로 부결·폐기됐지만 법안은 다시 발의될 것이고, 정권이 바뀌면 특검은 출범한다. 그땐 김 여사를 봐준 검사들도 처벌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에서 손을 떼기 바란다. 이것이 그나마 국민에 사죄하고 앞날이 창창한 후배 검사들을 위한 길이다.

대검 청사로 출근하는 심우정 검찰총장.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