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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선 때 재판 중단 여부 밝혀라?

사법기관들에 ‘어물쩍댄다’ 비판

법원, 사전적 법률 해석 불가능

특정 상황 가정한 의견표명 안 돼

자칫 권력분립에 어긋날 우려도

지난 8일자 한국일보에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땐 재판 중단?… 헌법 84조 해석 묻자, 대법·헌재 변죽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돼야 하나, 아니면 계속해도 되나라는 문제를 두고 한국일보가 대법원·헌법재판소·법무부·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했더니, 대법원은 이를 “어물쩍” 넘겼고 헌재는 “사실상 발을 뺐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사법기관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율사 출신 한 의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는 사법기관이 조기 대선에 앞서 소추의 명확한 의미와 대통령 임기 중 재판이 중단되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썼다.

아닌 게 아니라 대법원은 왜 어떤 법률적 문제가 생길 경우 꼭 이에 관한 소송이 없더라도 친절하게 법령의 일반적 해석론을 펴고 나아가 그 문제의 해결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당장의 불확정성을 제거해 주고 또 당사자나 일반 국민의 궁금증을 덜어 줄 수 없는 것일까.

우선 제도적인 제약이 있다. 헌법은 사법권이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권은 구체적인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심판해 해결하는 권한이다. 사법권의 속성을 말할 때 나오는 사건성(事件性)의 개념은 사법작용이 구체적인 사건을 전제로 한다는 특성을 의미한다. 일반적 추상적인 법률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특정의 법적 분쟁이나 범죄 사건을 놓고 누군가 당사자로 나서서 소송을 제기할 때에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법원은 사전적(事前的)으로 법률을 해석할 수 없다. 법원의 그런 의견 표명은 자칫 의회의 입법권과 상치돼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날 우려도 있다.

그래도 정치환경이나 사법환경은 시시로 변해서 새로운 욕구가 생겨난다. 예를 들어 국가적 관심이나 범사회적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에서 법령에 관한 최종적 유권해석의 권한을 가진 대법원이나 헌재의 견해가 어떤지 미리 알아 나중에 생길 혼란을 피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치르고 나서 문제가 생겨 제1심과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쯤에는 시쳇말로 ‘버스 떠나가 버린 후’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건성이 사법권의 절대적 속성인지에 관해서는 반대의 주장이 제기돼 있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주 대법원은 소송 외에서 ‘권고적 의견’이라는 형식으로 입법부나 행정부에 법적 의견을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 법제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당선돼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중단돼야 하는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의 해석으로 결정될 문제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재판부가 재판을 계속하려 한다면 대통령이 헌법소원심판이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사법부의 의견 표명에 관해서는 그 속성인 사건성의 이슈를 떠나 다른 문제도 있다. 사법부가 어떤 구체적 문제를 두고 관계 법령에 관한 일반적 해석론을 펴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해답을 내어 공중에게 공개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일반론은 그 속성상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건이란 다종다기하고 복잡한 사실관계를 가지고 생겨난다. 그러다 보니 이미 공표된 일반적 해석론에서 상정했던 것과는 다른 사정이 있어서 그 해석론으로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맞는 타당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법부는 사실과 법리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을 거치고 난 후에야 적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사건화되어 법정에 왔을 때 만약 그 결론이 종전에 공표된 의견과 다르게 나오면 혼란이 초래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생겨난다. 판사는 여럿이어도 법은 하나뿐이라는 믿음이 잘못된 것일 수는 없지 않은가. 다음으로 사법 자원의 적정한 배분이라는 요청이 있다. 당장 판결을 기다리는 사건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아직 심판의 대상이 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연구 검토하여 해석론을 세울 여유는 없다.

일전에 국회 법사위에서 의원이 ‘지금이 내란 상태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법원행정처장이 ‘답변할 수 없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었을 게다. 사법부의 역할에 관해서는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언론이나 정치권이 종종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법원이나 헌재의 사법작용은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쟁송 외에서의 의견 표명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해야 할 일은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이게 국가기관의 직무수행상 대원칙이다.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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