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이것이 날개다](https://img.khan.co.kr/news/2025/04/20/l_2025042101000569400058411.jpg)
뇌성마비 중증 지체·언어장애인 마흔두살 라정식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명뿐이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 중이다.
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0%·$&*%ㅒ#@!$#*?(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주실 거죠?)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트렸다.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 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문인수(1945~2021)
오래전 이 시를 읽고 난 후, 마음에 작은 얼룩이 하나 생겼다.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자꾸만 번지던 구절은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였다. 장례식장에서 죽어서 좋겠다니!
이 시는 “뇌성마비 중증 지체·언어장애인 마흔두살 라정식씨가 죽었다”로 시작한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먼저 “영안실로 달려갔”고, 휠체어를 탄 조문객 몇명이 장례식장으로 모여들었다. 조문을 끝내고 식사 중이었는데, 순식간에 장례식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들은 보호자 없이는 숟가락도 혼자 사용하기 힘든 중증 장애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죽은 라정식씨의 동료 이정은씨에게 죽음은 곧 새로운 몸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뒤틀린 고통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건너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지금 수많은 라정식씨와 이정은씨에게 희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