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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선거 , 공정보도를 넘어

우리 사회는 공정성에 대한 집착이 유난하다. 공정성은 경쟁을 전제로 한 가치이다. 선거 시기에 언론의 공정성은 더욱 중요하다. 공직선거법에서도 공정보도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선거는 누가, 어느 정치세력이 국민의 위임을 받을지 그리고 어떠한 정책과 대안들을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이다.

경쟁적 속성에 편승한 선거보도가 경마식 보도다. 토머스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CBS는 바이든의 74%, 트럼프의 35%, 폭스뉴스는 바이든의 51%, 트럼프의 28%가 경마식 관련 보도였다고 한다.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보도를 더 수월하게 해준다. 누가 이기느냐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 호기심이기도 하다.

선거를 경쟁적으로만 접근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행태가 네거티브 보도이다. 언론은 던져주는 재료를 덥석 받아 불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 확인조차 잘 안된 것일지라도 자극적인 표현으로 불신과 혐오를 부추긴다. 그리고 책임은 정치세력에 뒤집어씌운다. 이에 유권자들은 경쟁 후보의 부정적 뉴스에 환호하면서 결집한다. 진영 간의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벌써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경쟁자를 악마화하는 데 골몰하고 어떤 언론은 여기에 기생해 보도하기에 바쁜 조짐이 보여 우려스럽다.

선거는 단순히 특정 정치세력이나 후보가 경쟁하고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경쟁 못지않게 사회적 통합의 과정이기도 하다. 오히려 시대정신을 찾아내고 가치를 담은 과제들을 던지면서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하며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토론하고 숙의하는 민주주의 실현 과정이다.

언론은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함께 토론하면서 사회적 의견을 형성하고 수렴하기도 한다. 선거는 후보나 정치세력이 제안한 정책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평가하고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주권자인 시민이 정치의 능동적 주체로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만들어낸 대안의 이행을 위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치와 인식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신뢰와 존중은 쌓이고 정치에 대한 효능감도 높일 수 있다. 사실 정책은 어렵고 딱딱하며 재미도 적어서 이해 당사자가 아니면 관심을 끌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언론이 공론의 마당을 열고 확장하며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는 이성의 향연이고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심각한 사회적 분열과 대립, 불평등과 차별, 혐오의 만연, 극단주의의 확산, 경쟁 지상주의, 기후위기, 전쟁과 분쟁의 위험, 무너진 공교육, 불평등한 노동 등 숱한 숙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더욱이 내란 사태를 겪으며 민주적 헌정 기본 질서와 법치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불신과 부정으로까지 번졌다. 한국 민주주의는 곳곳에 상처 나고 골이 깊게 패었다. 올해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스웨덴 예테보리대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자유민주주의’ 나라보다 한 단계 낮은 ‘선거민주주의’ 나라로 한국을 분류했다. 선거제도라는 형식적 절차는 있으나 숙의를 통한 사회적 논의와 합리적 공론장의 형성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은 민주주의의 회복, 심리적 내란 상태의 치유와 통합의 가닥을 잡아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폭력과 선동을 일삼는 극우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이를 부추기는 극단적 유튜버들이 민주주의에 모래와 재를 뿌리고 있지만 그것을 걷어내고 민주적 토양을 기름지게 할 책임이 언론에 있다. 언론의 자유 없이 민주주의 없고 민주주의 회복 없이 언론의 자유 없다.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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