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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산불’ 한 달···“차라리 집 다 타는 게 나았다”

입력 2025.04.21 10:00

오는 21일로 영남 지역을 초토화시킨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한 지 한달이 되는 가운데 지난 20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의 가옥들이 불에 타 무너져 있다. 마을 주민 임종섭(68세)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번 산불은 “쑥대밭 정도가 아니라 재앙이었다”며 “하늘에서 불 비가 내리는데 피할길이 없었다”고 말했다.이준헌 기자

오는 21일로 영남 지역을 초토화시킨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한 지 한달이 되는 가운데 지난 20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의 가옥들이 불에 타 무너져 있다. 마을 주민 임종섭(68세)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번 산불은 “쑥대밭 정도가 아니라 재앙이었다”며 “하늘에서 불 비가 내리는데 피할길이 없었다”고 말했다.이준헌 기자

지난달 31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남권 대형 산불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겼습니다.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기록했을뿐더러, 남아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까지 앗아갔습니다. 점선면도 3월28일 레터로 산불 피해와 바람직한 대책을 조명한 바 있는데요. 산불이 난 지 한 달, 이재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정부의 대응은 적절할까요? 김현수 기자가 피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농부가 농사를 안 지으면 우리나라 국민은 뭐 먹고 살겠나. 아직 남은 애들이 있으니 훌훌 털고 일어났다.” 마늘밭 절반을 잃은 농민 김성만씨(64)의 말입니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 온 마을을 불태웠지만, 사람들은 새싹처럼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농부의 뚝심입니다.

하지만 온전히 희망을 갖기에는 보상과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고 합니다. 과수원을 운영하는 70대 황재수씨는 “꽃눈이 달려야 할 가지가 앙상한 것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보상금은 묘목을 사기에 턱없이 부족한 데다, 묘목을 심어도 4년이 지나야 첫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한 지원은 적절히 이뤄지고 있을까요? 집을 잃은 이재민은 새 거처가 생길 때까지 임시주택에 살게 됩니다. 이번 산불로 주택 3819채가 불에 탔고 3563채는 전소됐습니다. 경북도는 2857채의 임시주택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는데, 현재 설치된 임시주택은 18채에 불과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소된 주택에 2000만∼3600만원을, 반소(반쯤 탐)된 주택에 1000만∼18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합니다. 집을 새로 짓고 세간살이를 새로 구하기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는 칼럼에서 “(지원금 차이가 있으니) 차라리 다 타버리는 것이 낫다고도 말한다”며 “결국 빚을 내 잿더미 위에 빚더미를 얹는다. 보상 과정에서 민관은 갈등하고 주민들끼리 눈치를 보며 사이가 틀어진다. 근린관계까지 태워버리는 것이 산불이다”라고 했습니다.

농사와 주거만 문제가 아닙니다. 주민들은 산사태라는 추가 재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나무와 풀은 뿌리로 흙을 잡아줌으로써 산사태를 예방하는데, 이번에 많은 나무가 타는 바람에 벌써 마을로 토사가 밀려온다고 합니다. 이번에 산불 피해를 본 경북 5개 시·군 면적 중 20%가 산사태 위험도 1~2등급 지역이에요. 기후위기로 극단적인 집중호우 우려가 점점 커지는 요즘, 산사태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입니다.

관광·숙박업 등 지역경제도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하회마을이 있는 안동의 경우 숙박업소 예약의 90%가 취소됐고, 음식점 매출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관광택시 예약 73건, 시티투어 예약 280건도 모두 취소됐다고 합니다.

정부는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우선 3월28일 레터에서 짚었던 ‘고령자 대피’와 관련해, 정부는 풍속을 반영한 ‘산불확산예측도’를 만들어 산불이 곧 도달할 지역 주민들을 즉시 대피시키겠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상황을 전파하고, 교통편과 대피 지원 인력을 최대한 지원한다고 해요.

하지만 정부가 피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강한 풍속으로 인한 ‘초고속 산불’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송진식 경향신문 전국사회부장은 칼럼에서 “과거 대형산불 사례를 보면 어김없이 강풍이 불었다”며 “영남산불을 놓고 초고속이라며 요란을 떠는 게 과연 옳은지 가슴팍에 손을 얹어보라”고 했습니다. 대형 인재(人災)이기도 했던 이번 산불을 ‘자연재해’로 둔갑시켜선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산불 피해면적을 ‘축소 집계’했다는 비판도 이어집니다. 산림청은 진화 직후 ‘산불 영향구역’을 4만8000여㏊라고 해왔는데, 최근 중간 집계 결과 피해면적이 9만9289㏊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보수적인 피해 집계로 이재민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는 재해·재난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3조2000억원으로 편성했는데요. 이 중 피해 주민 지원 예산은 1조1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다시 점검해 피해주민 지원 예산의 증액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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