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1∼20일 수출입 동향 분석
10대 수출 품목 중 ‘반도체’만 증가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 타격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주요 10개 수출품 중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9개 품목에서 수출이 모두 줄어 이달 1일~20일까지 수출 실적이 5%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14% 넘게 줄었다. 상호관세를 유예했지만 10% 보편관세와 자동차·철강에서 관세 부과 영향이 실제 숫자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관세청은 이달 1∼20일 수출액이 33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18억7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달 20일까지 조업일수는 15.5일로 지난해와 같았다. 수출은 올해 1월 설 연휴 영향으로 감소하기 전까지 15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후, 2월에 다시 반등했던 수출은 두 달간 증가세를 이어왔다.

10개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반도체(10.7%)는 증가했지만, 승용차(-6.5%)와 석유제품(-22%), 자동차 부품(-1.7%) 등 나머지 9개 품목은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의 1, 2위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대미 수출이 전년대비 14.3% 감소했다. 관세청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수출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0%에 가까운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가 무력화되면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타격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 기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는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달 중국(-3.4%), 베트남(-0.2%) 등으로 수출도 줄었다. 유럽연합(EU·13.8%), 대만(22.0%) 등으로 수출은 늘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월간 기준으로 3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요 기관은 상호관세에 대한 협상이 차질을 빚는다면 수출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협상을 통한 상호 관세율 조정이 없다면 수출은 7%포인트, 성장률은 0.4%포인트 각각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달 12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된 철강은 대미 수출액(3월 기준)이 전년 대비 18.9% 감소하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 발표 이후 시장 가격이 급변하고 미국 고객사의 구매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상호관세 조치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품목관세로 인해 미국 수출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340억 달러로 11.8%(45억7000만 달러) 줄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장비(9.8%), 정밀기기(2.9%) 등에서 늘었고 원유(-29.5%), 반도체(-2.0%) 등은 줄었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27.9% 감소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다만 월말 들어서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조업일수가 하루 더 많고, 반도체 수출 호조로 월말에는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품목별 대미 수출액이 아직 집계전인 만큼 구체적인 관세 효과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