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안동교회에서 열린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회견에서 강동석 예술감독(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상진 비올리스트, 오른쪽은 김영호 피아니스트. 연합뉴스
실내악은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장 대중성이 낮은 장르로 알려져 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레퍼토리가 부족하고 공연 자체도 화려함이 떨어지는 편이다. 제대로 음미하려면 오랜 감상 경험이 필요한 장르라는 선입견도 강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20년을 유지해온 실내악 축제가 있다.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다.
강동석 SSF 예술감독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음악가들과 같이 연주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 즐거움을 청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실내악의 맛”이라면서 “그런 점 때문에 힘들어도 20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SSF는 지금까지 270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이며 허약했던 국내 실내악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왔다.
강 예술감독과 함께 1회부터 지금까지 한 차례도 빠지지 않은 피아니스트 김영호는 “실내악 인기가 없었던 한국에서 실내악 붐을 일으키고 훌륭한 연주자들도 배출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역시 1회부터 빠짐없이 ‘개근’하고 있는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강동석이라는 구심점이 있었기 때문에 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2주 동안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총 14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올해 주제는 20년 동안 자축의 의미로 해마다 켰던 촛불의 숫자를 뜻하는 ‘20 candles’. 작품 번호(opus) 20번인 곡들만 모은 공연, 지난 20년간 관객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곡을 모은 공연, 작곡가들이 20대에 쓴 곡들을 20대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공연 등 ‘20주년’에 초점을 맞춘 공연들이 준비돼 있다. 또 프랑스의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벡, 베를린필 플루트 수석을 지낸 마티어 듀푸르, 라디오 프랑스필 오보에 수석을 지낸 올리비에 두아즈 등 실력 있는 해외 연주자들과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 리수스 콰르텟 등 실력 있는 국내 현악사중주단, 클래식 공연장과 TV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등을 만날 수 있다.
젊은 연주자들에게 문이 열려 있다는 것도 SSF의 장점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중학생 시절인 2009년 SSF에서 멘델스존과 브람스의 실내악 작품을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2017년 밴클라이번 콩쿠르를 일주일 앞두고 SSF에서 공연했다. 김상진은 “당시 선우예권씨가 콩쿠르를 앞두고 연습할 시간이 없다고 했는데 우승했다”면서 “젊은 연주자들이 유명해지기 전 SSF에서 실내악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 SSF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011년)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020년)도 SSF를 거쳤다.
20년을 버텨왔지만 한국에서 실내악 축제를 여는 것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강 예술감독은 향후 SSF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 ‘재정적 안정성’을 꼽았다. 지금은 해마다 축제를 불과 몇 달 앞두고 펀딩이 확정돼 연주자 섭외나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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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의 매력은 뭘까. 김상진은 “어떤 작곡가의 내면을 알고 싶다면 그 작곡가의 실내악 작품을 들어야 한다”면서 “실내악의 수준이 한 나라의 문화적 척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호는 “솔리스트는 혼자만 잘 하면 되지만 실내악은 남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실내악을 많이 들으면 나라도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예술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SSF를 찾아 실내악의 매력을 발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내악이 어렵다는 건 편견이에요. 즐기기도 쉽고, 더 다양합니다. 와서 실제로 들어보시면 금방 빠져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