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 미국산 농산물 수입 급감
미국산 닭고기 80%, 면화 90% ↓
미·중 무역전쟁 대비 수급 다변화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컨 카운티의 한 농부가 트랙터를 몰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대미 보복관세를 발효한 지난 3월 미국산 닭고기와 면화 수입이 80~90% 감소했다. 중국은 지난 1월부터 미국산 대두·옥수수 예약 구매를 중단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해 일찌감치 농산물 수급을 다변화하며 준비해 온 것이다.
중국 해관총서가 20일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산 닭고기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80%, 면화 수입은 90% 감소했다. 옥수수는 1분기 통틀어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1~3월 원유 수입은 30% 감소했다.
수입량이 급감한 품목들은 지난 2~3월 미국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중국에 20%의 관세를 매기자 중국이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 품목들이다.
중국은 대두와 옥수수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예약 구매를 중단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미국 농무부 자료를 분석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8월 이후 매달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구매 계약을 여러 건 체결했으나 올해 1월 16일부터 예약 구매를 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기 하루 전날이다.
미국산 대두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양면성이 있는 품목이다. 미국산 대두는 중국에서 식용유와 돼지 사료에 사용되며 전체 수출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미국 농업계에 즉각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약점’으로 꼽히지만, 수급 불안정이 장기화하면 돼지고기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식생활에 영향을 줘 ‘중국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무역전쟁 기간 미국 농업계는 260억달러의 손실을 받아 중국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잃었다. 중국이 이후에도 미국산 의존도를 줄이면서 수입 대두 가운데 미국산 비율은 2017년 40% 정도에서 지난해는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은 그 대신 브라질산 대두 수입 비율을 2017년 약 50%에서 지난해 70% 정도로 늘렸다.
브라질 대두 생산자 협회 관계자는 이달 초순에 일주일간 적어도 240만t을 중국 측과 계약했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닛케이는 “이례적인 대규모 계약으로 중국이 보통 한 달 동안 소비하는 양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17~18일에도 브라질과 농산물 수입 확대를 위한 실무 회의를 진행했다.
중국은 지난 12일부터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동하며 대중국 관세를 145%까지 끌어올리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125%에 고율 관세를 적용했다. 따라서 4월 미국산 농산물 수입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