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족과 지인 동원한 심의 요청 의혹
“사적 관계자 민원 신청 사실을 인지 가능성”
“지난해 7월 방심위 조사도 충분치 않아”
지난달 방심위 간부 ‘양심 고백’ 이후 상황 바뀌어
공익신고자들 지난 15일 권익위에 새로 신고해

지난해 9월 30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실에서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이 텔레그램 협의 관련 진전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감사원에 이첩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21일 분과위원회를 열어 공익신고자들이 새로 신고한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사건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권익위는 류 위원장이 가족의 민원 신청 사실을 알고도 신고·회피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명순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류 위원장은) 2023년 9월 내부 보고와 그해 10월 방송심의소위원회 등을 통해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의 민원 신청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7월 권익위로부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해당 사건을 넘겨받았을 당시 “방심위 조사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또한 류 위원장이 해당 의혹을 소명하기 위한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았고, 방심위에서 관련 안건에 과징금을 심의·의결하고 재심을 심사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권익위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 아닌 감사원에 이첩한 이유에 대해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회피 의무’ 위반은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 부과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 위원장은 2023년 9월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민원이 들어간 시점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검증한 관련 보도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국기 문란”이라며 제재와 수사에 나선 때였다.
권익위는 지난 2월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며 사실상 이를 종결 처리했다. 관련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류 위원장과 사적 관계인 것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방심위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공익신고자들은 지난 2월19일 권익위에 이의신청을 했다.
권익위 판단이 바뀌게 된 데는 지난달 방심위 간부의 양심고백이 영향을 미쳤다. 장경식 방심위 강원사무소장은 지난달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3년 9월 종편보도채널팀장 재직 당시 류 위원장 가족 추정 인물들의 민원 제기 사실을 류 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간 ‘류 위원장에게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했던 증언을 번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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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권익위는 공익신고자들이 한 이의신청 결과를 받아들여, 방심위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관련 규정상 이의신청의 경우 방심위만 재조사를 할 수 있다. 이에 공익신고자들은 지난 15일 권익위에 해당 건에 대해 새로 신고했다. 방심위는 재조사 결과를 권익위에 통보하지 않은 상태다.
공익신고자 중 한 명인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은 이날 “류희림씨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권익위도 인정한 만큼, 당장 자진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류희림씨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이외에도 업무방해와 위증, 위증교사 등 수많은 범죄 피의자”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