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로 법을 만든다고?···묘수인가 무리수인가, 아랍에미리트의 입법 실험

입력 2025.04.21 15:28

수정 2025.04.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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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수 기자

‘규제정보청’ 창설…“절차 더 빨라질 것”

연구자들은 신뢰성·위험성 문제 등 지적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에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해온 중동 부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법률 제·개정에 AI를 활용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AE는 최근 AI를 활용한 입법을 감독할 새로운 정부 부처인 ‘규제정보청(Regulatory Intelligence Office)’ 창설을 승인했다.

두바이의 통치자이자 UAE 부통령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은 국영 언론에 “AI가 추동하는 새로운 입법 체계는 입법 절차를 더 빠르고 정밀하게 만들어 법률 제정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UAE 정부는 AI를 활용하면 입법 속도가 70% 정도 빨라지고 법률 제정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연방법 및 지방법, 판결문, 공공부문 데이터 등을 아우르는 거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법률이 인구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AI를 통해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일부 국가들이 법안 요약이나 공공서비스 개선을 위해 AI를 일부 활용하고 있으나, AI가 정부 자료 및 법률 데이터를 분석해 법률안을 제안하는 등 입법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없었다.

로니 멕달리아 코펜하겐경영대학원 교수는 UAE의 계획을 “매우 대담하다”고 평가하며 “기본적으로 AI를 일종의 ‘공동 입법자’로 만들려는 야심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UAE 아부다비 정부는 지난해 AI 투자 국부펀드인 MGX를 창설해 마이크로소프트, 블랙록 등과 손잡고 300억달러(약 42조원) 규모의 AI 투자펀드인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을 조성하는 등 AI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엔비디아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AI기업 xAI도 이 펀드에 합류하면서, 소프트뱅크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맞서는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입법에 AI를 활용하는 문제를 두고 신뢰성과 위험성 문제도 제기된다. 연구자들은 AI에 데이터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편견이 작동할 수 있고, AI가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법을 해석하는지도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