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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남성이 자신이 살았던 임대아파트에 농약분사기로 불을 지른 뒤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초까지 이 아파트 3층에 살던 A씨는 지난해 9월쯤 층간소음 문제로 4층 주민들과 다퉈 경찰이 출동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아파트 3층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기자와 만나 "A씨가 지난해 층간소음과 관련된 이유로 퇴거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옆집에도 '시끄럽다'며 망치로 문을 두드린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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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농약분사기 방화 사건’, 층간소음 갈등 때문?···“시비 많았다” 주민들 증언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다 타버린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다 타버린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60대 남성이 자신이 살았던 임대아파트에 농약분사기로 불을 지른 뒤 사망했다. 70~80대 여성 2명이 불길을 피해 창밖으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 남성이 위층에 살던 주민들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층간소음 보복’ 등 방화 동기와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서울 관악경찰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8시17분쯤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1시간쯤 지난 오전 9시25분쯤 모두 꺼졌지만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9명은 경상을 당했다.

불이 난 곳은 21층짜리 아파트로, 단지 내에서 고령자나 저소득층 등이 주로 사는 임대아파트 동이었다. 불은 4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4층 집 두 채에서 창밖으로 불길이 치솟았고, 유리창이 터져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 한 목격자는 “눈이 내리듯 유리조각이 쏟아지고 15m 떨어진 놀이터까지 날아갔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불은 60대 남성 A씨가 인화물질을 넣은 농약분사기를 이용해 방화해서 일어났다. A씨는 4층 401호와 404호의 복도 방향으로 난 창문을 깨고 집 안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난 두 채에 살던 70~80대 여성 두 명은 각각 창문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상황을 맞은편 아파트에서 지켜봤던 주민 김모씨는 “난간에 한 사람이 매달려 있었고 두 채 옆의 집 창밖에도 매달려 있다가 추락한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불이 꺼진 뒤 4층 복도에서는 불에 타 숨진 변사체가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지문 등을 분석해 변사체가 방화자인 A씨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A씨 소유의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오토바이에는 인화물질이 담긴 기름통 2개가 실려있었다.

불인 난 401호와 404호는 다른 두 채를 사이에 두고 있어 화재 초기부터 실화가 아닌 방화가 의심됐다. 지난해 11월 초까지 이 아파트 3층에 살던 A씨는 지난해 9월쯤 층간소음 문제로 4층 주민들과 다퉈 경찰이 출동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아파트 3층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기자와 만나 “A씨가 지난해 층간소음과 관련된 이유로 퇴거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옆집에도 ‘시끄럽다’며 망치로 문을 두드린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A씨가 실제 층간소음 갈등 등으로 퇴거를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불을 지른 401호와 404호는 같은 층에 있긴 하지만 서로 떨어져 있어 층간소음 이외의 동기가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농약분사기를 이용해 불을 질러 아파트 두 채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독자 제공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농약분사기를 이용해 불을 질러 아파트 두 채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독자 제공

A씨는 방화를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7시50분쯤 이 아파트에서 약 1.5㎞ 떨어진 자신의 현재 집 인근 빌라 정문 등에도 농약분사기를 써서 불을 질렀다. 이곳은 A씨가 어머니와 함께 사는 빌라 앞이었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A씨가 투명한 액체를 벽 쪽으로 뿌리는 모습을 보고 ‘소독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이 소화기를 들고나와 불을 껐는데, A씨는 말도 없이 태연하게 오토바이를 몰고 나와 사라졌다고 했다. 다행히 이곳의 불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미리 사용해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다니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모씨(21)는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한테 욕을 하거나 침을 뱉는 모습을 봤다”며 “층간소음이 심하고 욕을 하면서 주변에 말싸움을 걸거나 밀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채소 장수가 트럭을 타고 광고 방송을 하면 ‘시끄럽다’고 창밖에다 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집에 그가 남긴 유서와 함께 현금 5만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어머니 병원비에 보태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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