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0일 대구 서문야시장을 찾았다. 한 후보 캠프 제공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여론조사 기간인 21일 유력 후보들이 일제히 대구·경북(TK)로 향했다. 경선 방식을 국민여론조사 100%로 정했지만 역선택 방지조항을 고려하면 TK 표심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TK 집중 행보가 대선 본선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동훈 후보는 전날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경북 경주시와 포항시를 돌며 이틀째 TK 행보를 이어갔다. 한 후보는 이날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 예정지를 돌아보고 당원협의회 간담회에 참석한 뒤 포항으로 옮겨 죽도시장, 대학생 과학기술정책포럼 현장 등을 찾았다. 한 후보는 경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TK는) 많은 당원, 지지자들이 계신 곳”이라며 APEC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 포항 청년들을 겨냥한 연구개발 지원 등을 공약했다.
나경원 후보는 대구 일정에 집중했다. 나 의원은 이날 대구시의회·경북대 등을 찾고 TK지역 언론들과 간담회, 인터뷰에 나섰다. 나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대구·경북이 다시 한 번 위대한 도약의 역사를 쓰도록 대통령 나경원이 TK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며 TK 신공항 추진 등을 약속했다. 그는 대구 방문이 늦은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는 사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각하에 힘썼다”며 “(다른 후보들보다) 대구 현안을 속속히 아는 데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도 대구를 찾았다. 그는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을 반대한 분들은 입후보할 것이 아니라 대선 보궐선거 반대 운동에 선봉에 서는 것이 맞다”며 “반탄후보가 우리 당 대선후보로 뽑히면 대선은 필패”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핵심 지지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에서 승부수를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대구를 찾은 이유에 대해 “수도권만큼 많은 당원 있는 곳이 바로 대구·경북”이라고 설명했다. 경북지사인 이철우 후보도 이날 경북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주요 주자들이 일제히 TK를 찾은 것은 이 지역 민심을 얻어야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1차 경선 여론조사를 한다. 100% 국민여론조사 방식이지만 다른 정당 지지자의 선택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간다. 국민의힘 지지층 비율이 높은 지역의 민심이 더 중요한 구조인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2차 경선부터는 당심(당원투표)을 50% 반영하니까 후보들이 TK에 몰입하는 정도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경선 방식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는 것이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오늘 발표한 4대 요구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본선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후보가 결정된 이후에 중도확장하고 바꾸겠다고 하면 어느 국민이 믿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