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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약자 보듬고 종교 역할 일깨운 ‘프란치스코의 유산’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선종했다. 몸소 낮은 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산 교황이 큰 울림과 유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교황은 심각한 폐렴 때문에 입원했다가 회복해 활동을 재개했으나 끝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케빈 패럴 바티칸 추기경은 이날 “오전 7시25분(현지시간) 로마의 프란치스코 주교님께서 성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용서와 화해의 언어로 세계를 보듬은 지도자였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나지막하지만 천금과 같은 무게를 지녔고 많은 이들에게 용기·위로·희망을 건넸다. 교황은 늘 겸손하고 소탈했다. 전통과 관례에 얽매이지도 않았다. 즉위식에서도 전임 교황들과는 달랐다. 빨간 구두나 금으로 된 십자가 목걸이가 달린 사제복 대신 검정 구두와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택했다. 얼마 전 출간한 자서전 <희망>에선 “화려한 장례 제대도, 관을 닫는 특별한 의식도 없애기로 했다”며 품위를 지키되 소박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사회적 약자들에겐 한없이 따뜻하고, 불의는 결코 외면하지 않은 사제였다. 미사 중에 위선적인 가톨릭 신자들을 꾸짖었지만, 난민·성소수자·임신중지 문제에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2월 폐렴으로 위중한 상태에서도 “우크라이나전은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가자지구 전쟁 중 벌어진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을 “잔학행위”라고 비판했고, 매일 밤 가자지구 내 성가족성당에 전화해 성직자와 피란민들의 안부를 묻고 위로했다.

교황은 “기후위기는 도덕적·영적 위기”라고 선언하며, 재임 기간 기후위기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표한 종교지도자였다. 지난해 5월 교황청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콘퍼런스에 참여한 각국 지도자들에게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불평등과 싸우기 위한 총체적인 행동에 힘을 모으자”고 주문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했다. 2014년 역대 교황 중 세 번째로 방한해 당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명동성당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과 함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스도인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여정이 멈췄다. 종교의 역할을 일깨우고 넓힌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원한 안식과 평안을 기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환호하는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환호하는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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