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병원서 환자에게 ‘고가·불필요한 진료’ 권해 진료비 상승
KDI 보고서, 고령화 요인 8.6% 불과…“예방 의료에 급여 늘려야”
1인당 건강보험 실질 지출이 10년 사이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구 고령화보다 과잉 진료 등으로 인한 ‘진료비 상승’ 영향으로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비싸거나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를 위해서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현 진료비 보상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9~2019년 건강보험 재정 지출 증가 요인을 분석했다. 의료비 가격(가격 요인), 의료서비스 이용량(수량 요인), 고령화 등 인구 구조적 변화(인구 요인)로 증가 요인을 분류해 요인별 기여율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2009~2019년 1인당 물가 상승을 반영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8% 증가했다. 요인별 기여율을 보면 가격 요인이 76.7%로 가장 높았고, ‘수량 요인’은 14.6%, 고령화와 같은 ‘인구 요인’은 8.6%였다.
특히 병원 규모별로 나눴을 때, 2009~2019년 사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의 24.9%를 차지했다. 그 뒤를 상급종합병원(17.0%), 종합병원(14.6%)이 이었다.
고령화는 가격 요인보다 의료비 지출에 영향을 덜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69세만 놓고 보면 이들은 의료 이용량이 별로 없어 2012년부터 의료비 지출에 음(-)의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인 현 60대가 과거 노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이른바 ‘건강한 고령화’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금 60대가 앞으로 85세에 접어들면 건강이 나빠져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60대에서 많지 않았던 의료 이용은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에서는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은 아직 고령층의 건강 개선이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질병 발생 시점 및 의료비 지출 집중 시기의 연기가 나타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우선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라도 현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건강보험 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처럼 의료행위별로 건건이 보상이 주어지는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과잉진료가 유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차 의료에서 주치의의 역할을 확대하고, 예방 의료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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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자가 건강해지면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더 지급하자는 것이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만성질환자를 총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예방, 관리, 컨설팅에 대한 포괄적인 지불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묶음 지불제도’(포괄수가제)를 제안한다”며 “비용 효과성이 높은 예방적 의료서비스에 대한 급여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건강한 고령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