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관세 영향, 철강은 18.9%↓
이대로면 증가세 석 달 만에 꺾여
업계 “미 고객사 구매 관망 지속”

2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 타격이 가시화됐다. 주요 10개 수출품 중 반도체를 제외한 9개 품목에서 수출이 모두 줄어 이달 1~20일 수출 실적이 5% 넘게 감소했다.
특히 대미 수출액이 14% 넘게 줄었다. 상호관세는 90일 유예했지만 10% 보편관세와 자동차·철강에 25% 품목관세 부과 영향이 실제 숫자로 나타난 셈이다.
관세청은 이달 1~20일 수출액이 33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18억7000만달러)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달 20일까지 조업일수는 15.5일로 지난해와 같았다. 수출은 올해 1월 설 연휴 영향으로 감소하기 전까지 15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후 2월에 반등했던 수출은 두 달간 증가세를 이어왔다.
10개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반도체(10.7%)는 증가했지만, 승용차(-6.5%)와 석유제품(-22%), 자동차 부품(-1.7%) 등 나머지 9개 품목은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의 1·2위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14.3% 감소했다. 관세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수출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0%에 가까운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가 무력화되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타격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이달 중국(-3.4%), 베트남(-0.2%) 등으로 수출도 줄었다. 유럽연합(EU·13.8%), 대만(22.0%) 등지로 수출은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월간 기준으로 3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요 기관은 상호관세에 대한 협상이 차질을 빚는다면 수출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협상을 통한 상호관세율 조정이 없다면 수출은 7%, 성장률은 0.4%포인트 각각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12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된 철강은 대미 수출액(3월 기준)이 전년 대비 18.9% 감소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 발표 이후 시장 가격이 급변하고 미국 고객사의 구매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상호관세 조치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품목관세로 인해 미국 수출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340억달러로 11.8%(45억7000만달러) 줄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1억달러 적자를 냈다.
정부는 다만 월말에 들어서 수출 감소폭이 작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조업일수가 하루 더 많고, 반도체 수출 호조로 월말에는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품목별 대미 수출액이 아직 집계 전인 만큼 구체적인 관세 효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