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신문 진행 중 침묵 모드
군인권센터 “윤 재구속하라”
법정 밖선 법원 비판 목소리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두 번째 형사재판에 등장하자 고요하던 법정에서 카메라 셔터음이 터졌다. ‘피고인 윤석열’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선 탄핵심판과 지난 1차 공판 때와 달리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3분 전인 오전 9시57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 들어섰다. 여느 때처럼 붉은색 넥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2 대 8 가르마를 탔다. 변호인단은 모두 일어나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윤 전 대통령은 경호차량을 타고 법원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왔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피고인석에 앉았다. 굳은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오전 10시 법정에 들어온 지귀연 부장판사가 “재판 진행을 위해 촬영을 종료해달라”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빠져나가는 취재진 쪽을 바라보며 살짝 웃기도 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윤 전 대통령은 눈을 감았다.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선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한 것과 대비됐다. 첫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신문 도중 끼어들어 직접 반박하고, 재판부와 검사를 향해 큰소리를 내는 등 93분간 발언했다. 반면 이날은 증인신문이 끝나고 재판 마무리 단계에 6분간만 입을 열었다.
피고인석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도 여러 번 포착됐다. 완전히 잠에 빠진 듯 얼굴이 책상 앞까지 떨어지자 고개를 들어 자세를 고쳐 앉기도 했다. 눈가를 손으로 문지르거나, 옆자리에 앉은 윤갑근 변호사와 이따금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다. 증인으로 나온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우리 군은 어떤 명령이든 이행하는 무지성 집단이 아니다”라며 다소 언성을 높일 때도 눈을 뜨지 않았다. 지난 14일 재판에서 조 단장이 “‘국회의원을 끌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은 게 사실”이라고 증언하자 “이미 헌재에서 다 나온 내용”이라며 불평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군인권센터는 재판부의 윤 전 대통령 비공개 법정 출석 허용 등을 비판하며 ‘피고인 윤석열을 재구속하라’는 탄원서를 10만여명의 서명과 함께 법원에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도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는 재판의 형평성, 공정성, 중립성을 심각하게 위반한 지귀연 판사에 대해 법관징계법 제2조에 따라 즉시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했다.